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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03

[어쩌다 장애인] 경찰관의 눈으로, 엄마의 마음으로

  • 발달장애 아이 키우는 ‘시후 엄마’ 김혜민 경찰관이 전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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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 순간 수많은 시선 속에서 살아간다. 나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때로는 응원이 되고, 때로는 차가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래서 시선은 우리 삶을 빛나게 할 때도 있지만, 삶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그만큼 시선의 힘은 강력하다. 김혜민 경찰관에게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대한민국의 경찰관으로서의 반듯한 시선과 발달장애 아들 시후를 키우는 따뜻한 엄마의 시선이다. 경찰관이자 시후 엄마인 김혜민 씨의 이야기다.



경찰관, 그리고 발달장애 아이의 엄마

어느 해 봄, 김혜민 경찰관은 집회 현장을 찾았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주장하는 장애인과 부모들의 집회에 출동해 채증을 하는 역할을 맡았다.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누르고, 수천 명의 집회 참가자를 화면에 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해 가을, 김혜민 경찰관은 아이의 다름을 인지하고 휴직계를 제출했다. 발달장애 부모들의 집회를 채증하던 경찰관이었던 그가, 발달장애 아이의 엄마가 되는 순간이었다.

 

“아이가 좀 다르다는 걸 인지한 건 두 돌 지났을 때였어요.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은 건 6살 가을이었죠. 진단을 받기까지 2년 6개월의 시간 동안, 시후랑 굉장히 바쁘게 살았던 것 같아요. 발달을 높이기 위한 활동도 했지만, 더 중요한 건 아이와 오롯이 행복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병원에서는 특별한 설명 없이 그저 ‘자폐 스펙트럼 맞습니다’라는 통보만 받았어요.”

 

자녀의 장애를 진단받은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그는 병원에서 받아온 진단서를 차마 열어보지 못했다. 여섯 살 시후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서다. 그때 뜨겁게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 것은 아들 시후였다.

 

“그날 집에 와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차가운 무언가가 제 눈을 툭툭 두드리더군요. 알고 보니 시후가 물티슈로 제 얼굴을 닦아주는 것이었어요. 시후를 꼭 안고 눈물을 닦고 일어났죠. 그날 이후로 시후 때문에 울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진단명보다 더 중요한 건 내 아이랑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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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나의 엄빠일지(지학사)


그렇게 6년간의 휴직 기간 동안 시후의 곁에서 엄마로 살았던 김혜민 경찰관은 2년 전 다시 복직을 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수많은 ‘시후’를 만나게 되었다. 경찰관으로서 바라보던 세상을, 이제는 장애 아이를 둔 엄마의 시선으로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세상을 바라보는 폭이 이전보다 넓어졌다.

 

“현재는 지구대를 총괄하는 관리팀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요. 지구대 관리도 하고, 전반적인 지시 사항을 순찰팀에 전달도 해주고요. 제가 출근하면 늘 하는 일이 있는데요. 혹시 발달장애 관련 신고가 들어왔는지를 쭉 찾아보는 거죠. 어쩌면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발달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요.”



장애를 알리자 따뜻하게 다가와 준 이웃들

장애를 진단받았다고 해서, 장애를 곧바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아이의 장애를 주변에 알릴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를 두고도 부부간에 의견이 나뉘기 마련이다. 김혜민 경찰관은 아이의 장애를 알리자는 입장이었지만, 그의 남편은 이에 반대하여 갈등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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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있을 때는 상관이 없지만, 언젠가는 시후가 오롯이 혼자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러니 숨긴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라리 시후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면을 주변에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제가 이웃과 만남의 길을 트고, 시후가 주변 분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장애를 알렸어요. 그 덕분에 좋은 이웃들을 만날 수 있었죠.”

 

누수 문제로 아랫집 이웃이 찾아왔을 때, 김혜민 경찰관은 먼저 차 한 잔을 권하며 그를 집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시후의 장애를 먼저 말하고 층간소음에 대한 이해에 감사를 표현했다. 이후 아랫집 이웃은 시후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고, 시후는 그날 아랫집 형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따뜻한 이웃이 늘어난 것이다. 또한 미용실 원장님은 시후의 장애를 알리자 “아이에게 장애가 있건 없건 부모 마음은 다 똑같습니다”라는 말로 위로해 주었다.

 

“주변에 시후를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말 감사하죠. 저는 시후가 감사함을 직접 표현할 수 있도록 편지를 쓰게 했어요. 대화를 주고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글을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글을 쓰는 공간, 시간, 방법을 다 시후가 선택할 수 있으니 자기 생각을 얼마든지 글에 담을 수 있겠다 싶었죠. 짧은 글을 쓰는 데도 1시간 가까이 걸리긴 하지만,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툭툭 건네더라고요.”

 

시후가 이처럼 편지를 쓰고 일기에 생각을 담을 수 있게 된 데에는 엄마표 학습이 바탕이 되었다. 6살 되던 해부터 집에서 글자 쓰는 것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시후에게 꼭 맞는 자료를 직접 만들고 한글을 익히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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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나의 엄빠일지(지학사)


“사실은 학습이라도 밀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집에서 글자를 가르쳤어요. 매일 10분씩 그렇게 하다 보니까 다 배우는 데 9개월 정도 걸리더라고요. 글자의 모양을 이미지화하고 놀이식으로 공부했죠. 유치원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제가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자료를 만들었어요.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는 것을 글로는 더듬더듬 써 내려가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시후의 생각이 담긴 글이 저에게는 정말 소중해요.”



현장에서 만난 발달장애인

6년 만에 복직했던 당시, 김혜민 경찰관은 지구대 순찰팀에서 일했다. 112 순찰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하는 팀이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많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만났다. 발달장애인과 관련한 신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실종신고, 장애의 고유한 특징에 의한 돌발행동, 고의 없는 불법행위였다.


“야간 근무를 할 때였는데 누군가 112 버튼을 누르고 아무 말을 안 하고 뚝 끊어버리더라고요. 어찌 되었건 그 신고자와 다시 연락해서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하거든요. 신고 이력을 살펴보니, 전에도 몇 차례 전화를 걸어온 발달장애인이었어요. 이전에 출동했던 집이라 주소도 갖고 있었죠. 그래서 새벽 1시쯤 그 집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어요. 장애인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김혜민 경찰관은 신고자의 집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성인의 발달장애인과 그의 어머니가 함께 사는 집이었는데, 어머니는 도무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냥 가라는 말만을 문밖으로 던질 뿐이었다. 그러나 신고가 들어온 이상 신고자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현장을 떠날 수 없는 법. 김혜민 경찰관은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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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앞에서 실랑이를 하다가 그분한테 말씀을 드렸어요. ‘저도 사실은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안전 확인을 할 수 있도록 문 좀 열어주세요!’하고요. 하지만 문은 안 열어주시고 욕을 하시더라고요.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어머니도 지치신 거죠.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너무 힘드니까요. 한참 후에 결국 문을 열어주셨고, 신고자의 안전을 확인하고 나왔어요. 마음이 무거웠어요.”

 

자녀가 발달장애 진단을 받았을 때, 어머니가 돌봄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활동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삶을 내려놓은 채로 살아가는 어머니들이 많다. 장애 아동의 부모 중에서도 특히 ‘어머니’는 자녀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아가는 현실이다. 김혜민 경찰관은 그날 그 어머니의 얼굴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을 하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평소 알고 지내는 발달장애 관련 센터에 연락을 했다. 발달장애인이 112 신고 버튼을 잘못 누르고, 그로 인해 빚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되었다.

 

“경찰청에서 발달장애인 업무 매뉴얼을 만드는데 자문해 보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기존에는 경찰을 위한 매뉴얼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발달장애 당사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는 신고 안내서도 같이 제작한다는 거였어요. 이후 자료를 넘겨받고 자문을 했죠. 우리 시후가 나중에 이 매뉴얼을 본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삼고 살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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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은 시각적인 습득이 빠르고, 주의 집중력이 짧은 경향이 있다. 그래서 김혜민 경찰관은 간결하고 명확한 그림으로 이해를 도우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아무리 매뉴얼이 잘 만들어져 있어도 발달장애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고 이해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마지막 장에 요약본을 넣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발달장애인 관련 신고가 늘어나는 추세였기에,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매뉴얼을 보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기를 바랬다. 이처럼 김혜민 경찰관은 장애를 가진 당사자, 또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누군가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돕고 싶어서 경찰관이 되었다는 그의 초심과도 일맥상통하는 일이다.

 

“경찰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때예요. 하지만 발달장애 관련 신고가 들어왔을 때 눈앞에 있는 어려움은 해결해 드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원을 해줄 수 없는 한계도 있었어요. 저는 경찰관이자 장애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에 보다 더 가까이 소통하면서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이런 일들을 꿈꾸게 된 것도 시후 덕분이죠. 시후가 태어나면서 경찰관으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제 세계가 확장된 것을 느껴요.”



글을 쓰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

김혜민 경찰관은 시후를 키우며 느끼고 생각한 내용들을 글에 담아 22년도 12월부터 온라인 플랫폼에 공개했다. 육아 휴직 기간부터 차곡차곡 모았던 글을 출판사에 투고했고, 올해 3월 <시후 엄마, 김혜민 경찰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표했다. 100군데 가까운 출판사에 투고할 정도로 열정을 다한 끝에 더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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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홍림)


“지금도 계속 글을 쓰고 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글 쓰고 간단히 책 읽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회사로 출근하는 일정을 반복하죠. 글을 쓰면서 제 아픔이 치유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또 일반 독자분들도 제 글에 공감해주시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같은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글을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는 글의 힘을 믿어요.”

 

책을 쓴 작가로서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은 더욱 특별했다. 장애아이를 둔 학부모들과 만날 때면,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독자들도 있었다. 그럴 때에 김혜민 씨가 독자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하나다. “발달을 너무 쫓지 말고 내 눈앞에 있는 아이랑 꼭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이다.

 

“아이의 장애를 처음 인지했을 때를 얘기하면, 장애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많이 우세요. 아마도 비슷한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겠죠. 그러면 저는 울지 마시라고, 우리는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위로와 응원을 드려요. 일반 독자 분들을 만나면 장애인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비장애인이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물론 때로는 편견에 부딪히기도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의 흥행 이후,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인식도 개선되었지만, 뜻밖의 질문이 유행처럼 퍼지기도 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모두 특별한 능력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여 “시후는 뭘 잘해요?”하고 묻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시후는 먹는 걸 잘해요”하고 재치 있게 답한 뒤에 덧붙여 설명한다.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은 평생 부모의 돌봄 아래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이다. 발달장애인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생기는 해프닝이다.



엄마의 행복, 아이의 행복

김혜민 경찰관은 경찰로, 작가로, 시후 엄마로 살아가는 요즘이 참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남편이 언젠가 제게 지금 행복하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나 너무 행복한데!’하고 답했죠. 시후는 늘 저에게 사랑한다고 얘기해 주는 아이예요. 10살 남자아이 중에 엄마한테 날마다 사랑 고백하는 애는 우리 아들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힘든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시후가 태어난 뒤에 더 큰 행복감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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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후가 좋아하는 일은 컴퓨터 게임이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처럼 시후 또한 게임을 즐긴다. 또한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과 수영을 즐긴다. 여전히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만, 가끔은 좋아하는 친구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10살 시후는 무럭무럭 성장 중이다.

 

“발달장애 아이들의 사회성이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아요. 정말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고, 시후처럼 친구에 큰 관심 없는 아이가 있죠. 그런데 어느 날 하교길에 친구들이 ‘시후야 잘가!’하고 큰소리로 인사를 건네더라고요. 시후 역시 쿨하게 손을 흔들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시후의 사회성이 좀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름대로 마음을 표현하고 또래 사회 속에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해요.”

 

그에게 아들 시후는 ‘웃음을 주는 존재’이다. 불쑥 다가와 엉뚱한 춤을 출 때면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항상 에너지를 주고 웃음을 주는 소중한 존재가 바로 시후이다.



“유연한 시선이 세상의 온도를 높입니다”

김혜민 경찰관은 가끔 생각하곤 한다. ‘시후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하고 말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보는 시선보다, 장애 아동이 세상을 바라볼 때 더 별나게 비춰지지는 않을까? 헤아려 본다. 발달장애인은 감각 불균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데, 특히 감각과민으로 일상적인 소리나 빛에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럴 때 특정 동작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상동행동’을 하여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불안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후 역시 마찬가지다.

 

“시후는 감각 불균형이 심한 편이라 길을 가다가도 반짝반짝하는 것이 있으면 눈을 가려요. 소리 자극이 있을 때는 귀를 막거나 귀를 때리기도 하죠. 시후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사실 이 동네 안에서, 우리 사회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자기를 조절하는 것이에요.”

 

엘리베이터나 버스, 지하철과 같은 공간에서 발달장애인이 상동행동을 할 때, 아직은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은 낯선 공간에서 발달장애인 스스로가 자기를 조절하기 위해 하는 행동임을 안다면 다르게 바라보일 것이다. 때론 지나치게 관심을 두는 것보다 적당한 거리감으로 부드럽게 기다려주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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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책에 사인을 해드릴 때 항상 쓰는 문구가 있어요. ‘유연한 시선 덕분에 세상의 온도가 오릅니다’라는 문장이에요. 부드러운 시선이 더 널리 전파되기를 바랍니다. 비장애인이 장애를 가진 사람을 볼 때, ‘이런 어려움이 있어서 이런 행동을 하는구나’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바라봐준다면 어떨까요?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이 세상에서 살기에 조금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따뜻하고 동그란 세상이 되기를 꿈꿔요.”

 

우리는 과연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또 나의 시선은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진정한 이해와 포용은 우리 자신의 시선을 되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김혜민 경찰관이 보여준 삶의 시선은, 이제 우리 사회를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기획 : 김주현, 남궁소담

사진 : 홍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