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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20

[어쩌다 장애인]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공감의 순간을 만드는 사람

  • 보이지 않는 화면을 눈에 선하게 그려내는 권성아 화면해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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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드라마를 들어보자. 어떤 장면이 그려질까? 내용이 충분히 이해될까? 소리에만 의지해 TV를 감상하는 시각장애인은 영상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의 내용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방송이 화면해설방송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상파 TV 프로그램의 10% 이상을 화면해설로 제공하도록 법으로 정해두었지만, 콘텐츠 범람 시대에 시각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이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권성아 화면해설작가는 “화면해설방송이 많아져서 시각장애인도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서 보기를 바란다”고 얘기한다.



우연을 운명으로 만들다

권성아 작가는 올해로 14년 차 화면해설작가다. 2009년 우연히 화면해설방송을 알게 되었고, 2011년 화면해설작가 교육을 받은 뒤 2012년부터 일하기 시작했다. 그래픽 디자인 강사로 활동했던 그가 화면해설작가가 된 것은 돌이켜 보면 운명 같은 일이었다.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우연히 화면해설방송을 보게 된 거예요. 화면 속 두 배우가 입을 다물고 있는데,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이 이상해서 ‘누가 말하는 거지?’했죠. 그때 같이 밥을 먹던 지인이 화면해설방송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어요. 호기심이 생겨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2년 정도 기다려서 화면해설작가 교육을 받게 되었어요.”


마침 들어간 식당에서 화면해설방송이 나올 확률, 함께 식사하는 지인이 화면해설방송을 알고 있을 확률을 따져보면, 참으로 운명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화면해설방송과의 짧은 인연을 진짜 운명으로 바꾼 건, 권성아 작가 본인이었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인 강사로 일했던 그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화면해설작가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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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조금씩 화면해설 작가로 일하다가, 201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발을 담갔어요. 그렇게 처음 작업한 작품이 드라마 <피고인>이었죠. 사실 처음에는 화면해설이 제 직업이 될 거라는 생각보다는 가볍게 한 번 배워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지금도 매력을 느끼며 일해요.”


권성아 작가의 화면해설 대표작은 영화 <신과 함께>, <서울의 봄>, <파묘>,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스물다섯 스물하나>, <마이데몬> 등이다. 최근작으로는 드라마 <남주의 첫날 밤을 가져버렸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가 있다. 그밖에 다큐멘터리, 예능 프로그램의 화면해설도 다수 작업했다.



눈을 감고 방송을 들어보는 이유

화면해설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시각장애와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권성아 작가는 영상을 대할 때 가장 먼저 ‘눈 감고 들어보기’를 한다. 눈을 감고 내용을 귀로만 들으면, 배우의 대사가 잘 안 들리는 느낌을 받는다. 영상을 시청할 때 비시각장애인은 배우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입 모양을 함께 보면서 대사를 파악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소리에만 의지하기 때문에 대사를 충분히 전달받지 못하곤 한다.


“처음에는 눈을 감고 들어보는 연습을 진짜 많이 했어요. 어떻게 들리는지, 무엇이 궁금할지 생각하면서요. 그리고 화면해설 대본을 쓰고 나서 시각장애인 분들께 계속 모니터링을 받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죠. 시각장애인을 더 많이 이해하고 싶어 시각장애와 관련된 컨퍼런스가 있으면 찾아다니며 듣기도 했어요. 이왕이면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죠.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생기면,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알아가기도 해요.”


영상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궁금증은 다양했다. 드라마 속 배우의 외모가 어떤지, 옷의 색깔이 어떠한지부터 식사 장면이라면 어떤 음식이 차려져 있는지 또한 알고 싶어했다. 생각해 보면 영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들이었다. 비시각장애인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정보들을 시각장애인은 화면해설을 통해서만 인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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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KBS2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얼마 전 작업한 <남주의 첫날 밤을 가져버렸다>는 사극 형태의 작품인데요.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모든 것을 숨긴 채로 지낼 때는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다가, 여자 주인공을 사랑하게 되면서 옷차림이 밝아져요. 의상의 변화가 캐릭터의 변화를 보여주는 거죠. 화면해설작가는 이러한 해설로 영상의 의도를 담아내는 거예요.”


식탁 위에 어떤 음식이 차려져 있는지 또한 캐릭터를 이해하는 열쇠이다. 어떤 음식이 어떻게 차려져 있느냐가 신분이나 소득 정도, 정서 상태 등을 반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없는 한계 또한 존재한다. 화면해설은 대사와 효과음 사이 5초에서 10초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정보라면 정말 잠깐이라도 설명하려고 노력해요. 다만 화면에 보이는 모든 걸 그리려고 하면 듣는 사람이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하죠. 몇 초 사이에 어떤 문장으로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해요.”



소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해설하거나 주관적으로 설명하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 시각장애인이 영상을 즐길 여지를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본에 적혀 있는 표현이거나 작품 속에서 명확히 전달된 감정이라면 ‘슬프다’나 ‘애틋하다’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만취했다’고 쓸 수도 있지만, ‘빈 병이 네다섯 병 있고, 지금 여섯 병째 마시고 있다’ 이런 식으로 쓰려고 노력해요. 사실 만취했다고 쓰는 것은 정확한 해설은 아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멜로 장면이 여전히 어려워요. 주관적인 해석은 배제하고 가능하면 분위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하는데요. 두 주인공이 눈빛만 주고받으며 썸을 탈 때는 어떻게 해설하면 좋을까 싶죠. 그런 순간에 물론 OST도 중요한 역할을 해요. 음악이 배우들의 감정을 잘 살려주기 때문에 해설은 적당한 정도로만 하고, 노래의 가사를 살리려고 노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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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장면의 경우에는 몇 분 동안 싸우는 소리만 이어지기도 한다. 듣는 사람은 누가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막막하다. 그럴 때는 누가 압도적으로 이기는 중인지 싸움의 판세를 그려보도록 하면서 시각장애인이 충분히 상상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언제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이 소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설을 쓰는 것이다.


“사극에서는 왕이 노여워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해요. 주로 탁자를 치면서 대사를 하거든요. 탁! 소리가 나니까 ‘탁자를 쳤다’는 정보를 주고 싶지만, 그걸 적으면 왕의 대사와 화면해설이 겹치게 되죠. 이 정도는 짐작으로 알 수 있겠지 싶어서 적지 않았는데, 모니터링을 통해서 의견을 받았어요. ‘물론 탁자를 치는 소리겠지만 그래도 소리에 대한 궁금증은 알려주셨으면 좋겠다’라고요. 그런 모니터링을 받으면 다시 생각하죠.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해설을 할 수 있을까 하고요.”


비시각장애인은 화면 속 여배우의 얼굴을 보고 각자 어떠한 이미지를 갖겠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보다 충분한 정보가 필요하다. ‘긴 생머리가 바람에 살짝 날리고 반듯한 얼굴에 뽀얀 피부’와 같이 상세히 설명해야 배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예쁘다’라는 세 글자가 아니라 듣는 사람들이 ‘정말 아름답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화면해설작가의 일이다.



정확히 해설하려 더 많이 공부해

시각장애인이 장면을 그려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컨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소개는 필수다. 밤인지 낮인지에 따라서 느껴지는 정서가 다르고, 응급실인지 식당인지 장소를 먼저 제시하면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기 쉬워진다. ‘대명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TV를 눈으로 보시는 분들은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는 대명사가 진짜 많이 나와요. ‘이거 먹어’라고 한다면 비시각장애인은 무엇을 먹는지 바로 이해하겠지만, 시각장애인은 전혀 알 수 없거든요. 대명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도록 해설을 써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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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대사와 효과음 사이, 틈 시간에 해설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만들어진 특징도 있다. 주어가 가장 앞에 오도록 하는 것이다. 주어를 앞에 두고 설명할 때 누가 등장했는지도 알 수 있고, 장면이 전환되었다는 느낌도 전달되기 때문이다. 또한 신(scene)이 마무리될 때는 되도록 화면해설을 넣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이 해당 장면을 정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무엇보다 가장 경계하는 일은 ‘틀린 해설을 쓰는 일’이다. 시각장애인이 잘못된 정보를 들었을 경우, 이를 다시 확인해서 수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작업에서 오류를 없애기 위해서 공을 많이 들인다. 그래서 수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려고 애쓴다. ‘틀린 해설을 하느니 해설하지 않는 게 낫다’고 단호하게 얘기할 정도다.


“잘못된 정보를 입력하지 않는 건 정말 가장 주의하는 지점이에요. 사실에 입각한 해설을 쓰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죠. 다큐멘터리를 쓸 때였는데, 영상에는 아름다운 정원에 꽃이 피어있고 글자가 적힌 팻말이 붙어 있었는데요. 내레이션에서는 따로 설명해주지 않더라고요. 이 장면을 해설하기 위해 검색에 매달린 끝에 팻말에 적힌 것이 칠레의 독재 정권 치하에서 희생된 여성들의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내용을 더욱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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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전달을 위해 신경 쓰는 또 하나는 발음이다. 글자로 적혔을 때는 문제 없지만, 성우가 화면해설 대본을 읽었을 때 발음상의 오류로 오해가 생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대숲에 바람이 분다”라는 문장은 눈으로 읽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소리로 들을 때는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대숲에’를 ‘대나무 숲에’로 바꾸어 쓰면 귀로도 확실하게 이해 가능해진다.



화면해설 범위 늘어나

현재 화면해설작가의 활동 범위는 확장 중이다. 드라마, 영화, 예능, 다큐 등 영상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학습만화를 해설한다거나 미술관이나 공연장 등에서 음성해설을 위한 대본을 쓰기도 한다. 화면해설작가를 찾는 분야가 많아졌다는 것은, 장애인의 정보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더욱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동도서의 학습만화를 대본화하는 작업에 참여했어요. 대사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설명해주기도 하죠. 또 관광해설사를 대상으로 시각장애인에게 어떻게 관광명소를 설명하면 좋을지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어요. 미술관이나 공예관에서 요청이 오면, 미술 작품에 대한 화면해설 대본을 쓰기도 하고요. 또 스포츠 분야와 홈쇼핑에서도 자문 요청이 들어오기도 해요.”


화면해설의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화면해설방송은 여전히 제작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규 방송이 아닌 재방송에서만 제공되는 경우가 많은데, 재방송 편성 일정에 맞추다 보니 70분짜리 드라마가 60분의 화면해설방송으로 제작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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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KBS 홈페이지


“TV 방송 편성표에서 ‘해’라고 적혀 있거나 귀 모양이 표시된 것이 바로 화면해설방송이에요. 주로 새벽 시간대나 밤늦은 시간대, 아니면 주말에 방송되기 때문에 찾아서 감상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모두가 지속적으로 개선 요구를 해왔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올 수 있었어요. 그래서 화면해설방송을 더 많은 분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시각장애인도 더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골라서 볼 수 있을 테니까요.”



누구나 즐기는 화면해설방송

권성아 작가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Over-the-top media service) 덕분에 화면해설 작품이 많아졌다고 얘기했다. 글로벌 OTT의 경우에는 모든 오리지널 프로그램에 화면해설방송을 제작하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에 이전보다 제작 편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OTT에서 화면해설방송을 감상하는 일은 아주 간단하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원하는 작품을 재생 가능하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방송이 확대되어 이제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할 때도 자막을 켜고 보는 사람들이 늘었듯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도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한다면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화면해설방송을 감상하고 자신의 SNS에 후기를 올리는 비시각장애인 시청자가 늘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의 작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감상하고 싶어서 화면해설방송을 시청하는 팬들이 있더라고요. 그분들은 화면해설 장면을 캡처하거나 필사하고 공유하기도 해요. 팬들의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배우의 작품을 누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되는 듯했어요. 비시각장애인도 화면해설방송의 특별한 매력을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화면해설방송을 더 널리 알리고자 권성아 작가를 비롯한 다섯 명의 화면해설작가들은 <눈에 선하게>라는 제목의 도서를 출간했다. ‘세상을 글로 그려내는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다섯 명의 화면해설작가들은 치열하게 일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화면해설 분야를 알리고, 장애인의 미디어 접근성을 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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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OTT에서도 화면해설방송이 의무적으로 제작된다면 어떨까요? 또 시각장애인은 외국 영화는 거의 못 보세요. 영어를 잘하지 않는 이상 외화의 대사를 이해하기는 어렵거든요. 외화 시리즈에 대한 더빙도 확대되면 좋겠어요. 요즘 시각장애인 분들을 만나면 ‘화면해설 없으면 안 돼요’라고 말씀하시기도 하는데요.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더 시원히 해소할 수 있도록 화면해설 방송이 더 빠르게,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같은 순간에 울고 웃기를

권성아 작가는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같은 공간에서 영화를 관람한다면, 부디 같은 시간에 감탄사가 나오기를 바라면서 화면해설 대본을 쓴다. 그래서 장면을 먼저 해설하는 ‘선해설’을 경계한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가 같이 정보를 습득하고 감정을 느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같은 타이밍에 웃고 같은 타이밍에 눈물을 흘렸으면 좋겠어요. 그게 우리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이유 중 하나일 테니까요. 방송을 시청할 때도 마찬가지죠. 같은 타이밍에 웃고 감탄해야 같이 보는 재미가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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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때문에 천만 관객 영화나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를 감상할 수 없다면 어떨까? 대화에서 소외된 기분을 느낄 것이다. 반대로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은 감상 가능한데, 내가 원하는 작품을 골라서 즐길 수 없다면 어떨까? 나만의 취향을 갖지 못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러니 흥행작이든 비흥행작이든, 더 많은 작품에 화면해설 서비스가 보장되어야 한다.


‘공감’이라는 단어는 ‘함께 공(共)’ 자에 ‘느낄 감(感)’자를 쓴다. 타인의 감정이나 의견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기분을 뜻한다. 동시에 웃고 동시에 우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화면해설작가들은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권성아 작가를 비롯한 화면해설작가들이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사람이 콘텐츠를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며 ‘공감’하는 일. 이처럼 함께 느끼는 기회들이 많아지면, 장애·비장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때가 올 것이다.



기획 : 김주현, 남궁소담

 사진 : 홍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