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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7

[장애 plus+] 장애의 역사적 소외: 디지털 격차를 통해 계속되고 있다

  • 디지털 전환 속 고려되지 않는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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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shutterstock



코로나19, 비대면의 일상화 


최근 몇 년간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완전히 바뀌었다. 코로나 이전의 시대와 이후의 시대를 크게 실감한다. 코로나 초기만 하더라도 다시 온전한 일상이 회복되리라 믿었다. 그사이 사람들은 ‘비대면 생활’에 매우 익숙해졌다. 학교 수업도 온라인으로 듣고, 회사 일도 온라인으로, 쇼핑이나 심지어 병원 처방도 비대면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3년이 흘러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폐지되었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얼굴을 온전히 다 드러낸 채 소통하는 대면 시대의 방식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비대면 사회의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새벽 배송이나 홈쇼핑, 해외직구, 온라인 중고거래와 같은 형태의 플랫폼 경제체제는 계속될 것이다. 이동과 공간의 제약 없이 제공되는 온라인 회의나 온라인 교육 콘텐츠도 계속될 것이다. 재택근무의 편리함을 맛본 개인과 회사들도 재택근무나 지역별 거점 오피스의 활용을 계속 요구할 것이다.




비대면 사회, 장애인의 삶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생산방식과 생활방식의 총체적 변화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는 이때, 장애인의 삶은 어떠할까? 변화가 급속도로 일어나는 현시점에서 장애인은 또 다른 역사적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항상 역사 속에서 소외되어 있었기에 어쩌면 이 소외나 차별의 경험들이 익숙한 나머지, 소리를 내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논리 속에서 정책적 우선순위를 논할 때 밀려나고,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모두 참고 견뎌야 하기에 장애인의 특별한 요구나 지원에 대해 소리 높이기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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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pexels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이들은 고용의 불안정을 느끼며, 장애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복지 이용시설이나 교육기관이 폐쇄되면서 돌봄이나 자립 지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고,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그들을 내몰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도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장애인은 역사적 격변의 시기에 항상 후 순위로 고려되다 보니 어려움이 증폭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게다가 일상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장애인은 디지털시대에 정보 접근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정보 접근권은 사실 이 시대의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사회권은 사회복지영역에서 그간 강조되었고, 주로 생계보장, 의료보장, 교육보장, 주거보장 등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복지정책에서 논의되었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디지털로 전환되는 현시점에서 생계수단, 교육수단, 의료수단 등은 모두 온라인 또는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보되거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심지어 실체적 공간인 주거보장을 위해 인터넷 청약을 하거나 앱을 통해 부동산을 알아보는 것도 온라인을 통해 가능하다. 이처럼 디지털 접근 경로는 주거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에서 매우 중요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대전환 속에서 장애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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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shutterstock

 



디지털 전환 속 고려되지 않는 장애

커지는 장애인의 디지털 격차

 

대한민국에서는 약 260만 명이 넘는 장애인이 살고 있다. 모든 장애인이 디지털 격차를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장애인은 디지털 격차를 매일 경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각장애인은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할 때 엄청난 장벽을 경험한다. 누군가 옆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음식 주문 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점차 무인 매장이 늘어나고 있어 시각장애인이 지역 내 매장을 이용하는데 큰 장벽이 생겼다. 지체 장애인도 휠체어를 사용하는 경우, 기기의 높이가 맞지 않거나 발 받침대나 공간 구조가 맞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앱을 활용해서 신분을 인증해야 하거나, 특정 새로운 앱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적응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몇몇 중요 포털이나 홈페이지는 웹 디자인을 매년 바꾸기도 하여 한번 적응해도 고충은 계속된다고 한다. 세월이 좋아지고 살기 편해졌다고 하지만, 오히려 장애인의 생활은 더욱 불편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최근 시각장애인 11명을 인터뷰하여 코로나19 이후의 소외와 차별 경험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시각장애인 사례>


1. 신분증 등록 포기 사례

“은행을 써보시면 신분증 인증하는 게 있잖아요. 그 사각형 안에 신분증 딱 맞춰라. 그거 하는 게 쉽지 않아요. 혼자 해보려고 몇십 분을 씨름해도 못했어요. 대부분의 은행은 그 칸에 맞지 않으면 찍히지 않아요. 비대면 업무로 넘어가면서 불편한 부분이 있죠.” (참여자 1)


2. QR 인증의 어려움

“핸드폰을 흔들면 QR코드는 생성이 되지만 그거를 (가게에 있는 기계에) 딱 맞춰서 ‘띵동’ 하고 들어가야 하는 것들이 옆에 지원인이 없으면 커피숍에서 제가 주문한다는 건 불가능하죠.” (참여자 11)


3. 주문이 불가능한 키오스크

“요새는 무인 가게들 많잖아요. 아이스크림 가게나 그런 데를 가도 다 터치로 눌러서 해야 하는 것도 불편하고 어려워서 그냥 들어갔다 나온 적도 있고..” (참여자 8)


“보통 키오스크를 한두 대 운영하잖아요. 근데 그거 하나를 제가 붙잡고서 계속 보고 있으면 뒷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염려가 좀 있거든요.” (참여자 1)


4. 업데이트된 앱의 장벽

“사용하던 앱이 업데이트되면 (기존이랑 달라서) 이용하려고 시도하면서 지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지만 이제 온라인을 하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으니까 시도해야만 하는. 한 번은 경험해봐야 하는 상황이더라고요.” (참여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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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pexels


시각장애인 외에도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장애인의 디지털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 정보통신부의 2022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집단의 인터넷 이용률은 64%인 반해 장애인은 31%, 노인은 27%로 나타났다. 장애 인구의 절반이 노인임을 고려할 때, 다수 고령 장애인의 디지털 사용률은 30% 이하로 볼 수 있다. 즉, 기존의 사회 취약계층이 디지털 소외까지 경험하면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재난지원금 신청이나 백신 예약을 잡는 기본적인 일조차도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있었다. 세상은 편리해지는데, 정보 접근의 방식에 있어 장애인은 그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차별 없는 정보 접근권 보장을 위한 노력


이와 관련하여 우선,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접근성 확보와 시각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미디어 매체들이 다양하게 개발될 필요가 있다. 또한 전 국민이 자주 사용하는 웹 사이트나 금융정보, 정부24, 복지로와 같은 사이트의 경우, 디자인 변경기한을 길게 설정할 필요도 있다. 정보통신부 품질 인증도 더 다차원적으로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포털이나 웹페이지 자체의 접근성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학습자료, 화상 수업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가 보급될 때 일정 기준의 접근성을 확보해야만 출시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만나서 인터뷰했던 시각장애인들은 언택트 생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삶의 질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상생활과 관련된 앱이 개발되어 제공되길 원하고 있었다. 사물인터넷(loT) 기능이 탑재된 보조기가 개발되고, 지역 내 매장을 방문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에 위치전송 서비스도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이동과 관련해서는 버스 도착 시 도착한 버스의 번호와 방향을 알려주는 음성지원도 시각장애인 휴대전화의 앱을 통해 제공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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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Unsplash


다행히도 2022년 말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이 개정되었고, 향후 2026년부터는 키오스크를 포함한 16종의 무인 발권기, 무인 결제기 등이 접근성 기준을 준수한 제품으로 사용되도록 하였고, 50㎡ 이하 소매점에도 상시 지원인력을 배치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키오스크는 향후 더욱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026년의 기준을 보다 앞당기거나 일정 기한을 두고 기존 설치된 기기를 접근성 보장된 기기로 교체하면 지원금을 주는 등의 적극적 기기 교체 및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소매점이나 소규모 시설은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상점 운영자 또는 직원이 하게 되는데, 이들은 현재 장애인식개선교육의 의무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방안 마련이 필요하며 장애인 고객 응대를 위한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 그동안 장애인식개선 교육이 학교, 공공기관 및 직장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앞으로는 장애인의 이용 빈도나 일상생활 반경에 있는 지역상인 및 아르바이트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인식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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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pixabay 



장애인의 삶이 역사적으로 소외되고 차별이 일상이라고 말했지만, 미래에는 이를 위한 전 사회적 장애 감수성을 갖고 장애 인권을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범부처 차원의 장애 주류화 정책이 가동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삶은 복지지원을 통해서만 향상되지 않는다. 일상적 생활, 지역 내 활동과 소비생활, 자녀교육, 의료서비스의 이용 등 다양한 활동에 있어서 장벽이 없어야 할 것이다. 언택트 시대로 더욱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어렵고 비대면 교육, 비대면 소비생활을 해야만 했던 시각장애인들은 오히려 대면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높았으며, 비대면 소비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정보기기 접근성에 대한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제는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적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 장애인 차별금지법 시행령의 개정은 작은 정책 변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반영과 모니터링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며,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대면·비대면 시대에 지속되는 소외와 차별의 문제가 근절될 수 있도록 이제는 사전에 파악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글 : 전지혜(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