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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7

[나눔人] “함께 사는 세상, 제 생활 철학입니다”

  • 이재용 아나운서의 따뜻한 ‘나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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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아나운서는 올해로 14년째 한국장애인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장애인 인식개선 공모전 시상식에서 사회자로서 재능 기부에 나서고, 장애인 인식개선 캠패인에 목소리를 기부하는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해왔다. 이재용 아나운서에게 나눔에 대한 생각을 묻자, MBC라디오 공익 광고 캠페인송의 일부를 불렀다. “우리 이제 한번 해 봐요. 사랑을 나눠요”라고 말이다. 이재용 아나운서와 그가 생각하는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한국장애인재단과 14년의 인연


이재용 아나운서는 올해로 31년 차 방송인이다. 제42회 한국방송대상에서 진행자 부문 개인상을 수상했으니, 그야말로 자타공인하는 우리나라의 명 아나운서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채널A의 <행복한 아침>, JTBC의 <중독자들> 등을 진행하며, 한결같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한국장애인재단과의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단 설립 5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 때 인연을 맺은 후, 현재까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무려 14년의 세월이다.


“홍보대사라고 하면 보통 3년 정도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가 다른 단체 홍보대사도 몇 차례 했었는데 대부분 그렇더군요. 그런데 한국장애인재단과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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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아나운서는 한국장애인재단이 주최하는 장애인 인식개선 공모전 시상식 등에서 꾸준히 사회자로 재능을 기부했으며, 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에도 목소리를 나눔하여 미디어 속의 한정된 장애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다양한 모습이 표현되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신뢰감을 주는 그의 목소리 덕분에, 장애인 인식개선에 대한 메시지가 더욱 부드럽게 전해졌다.



부모님께 배운 가르침

 

이재용 아나운서는 오래전부터 생활 철학처럼 나눔에 대해 생각해 왔다.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생각은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배운 가르침이었다. 어린 시절, 집에 손님이 오면 어머니는 정성을 다해 대접하셨으며, 할머니 또한 그러셨다. 작은 것이라도 베풀며 살아가는 부모님의 모습은 그 자체로 나눔이자 사랑이었다. 그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늘 갖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방송 역시도 협업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나의 방송이 만들어져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기까지, 한 명의 아나운서가 조명을 받고 마이크 앞에 서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진다는 이야기다. 이재용 아나운서는 날마다 누군가의 조력을 받으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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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잖아요. 예컨대 저는 늘 아내의 도움을 받고 있죠. 또 일할 때는 우리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요. 옷을 입혀주는 코디네이터, 분장을 해주는 분장사, 프로그램을 만드는 PD와 작가 등등. 하루를 돌아보면 도움받은 일 투성이죠.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혼자 비춰지니까 대단해 보일 수 있지만, 그분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저는 존재할 수 없거든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도움과 배려로 하루를 산다. 하지만 때론 그 사실을 잊기도 한다. 날마다 베풀어지는 타인의 사랑에 감사하고, 누군가에게도 선뜻 사랑을 베풀 때 더욱 따듯한 사회가 될 것이다.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존중이 그와 한국장애인재단의 인연을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 주었던 셈이다.



아들과 함께 봉사활동

이재용 아나운서는 일주일에 한 번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배식 봉사를 다녀오곤 한다. 마포구의 ‘효도밥상’인데 75세 이상 구민이면 누구나 점심 한 끼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사업 취지가 좋아 선뜻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되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배식 봉사를 하려고 해요. 효도밥상의 의도가 참 좋더라구요. 어르신들이 식사만 해결하시는 게 아니라 식사하러 걸어오시면서 운동도 하고, 또래분들을 만나면서 고독감도 덜죠. 또 혈압이나 혈당 체크도 도와드리거든요. 정말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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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이러한 효도 밥상이 각 지역에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얘기한다. 한편, 지난여름에는 방학을 맞은 막내아들과 함께 효도밥상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인 막내아들은 식사하러 온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배식 봉사에 가자고 하면 막내가 정말 좋아해요. 거기 가면 어르신들이 예뻐해 주시니까요. 어떤 분은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주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참 희한해요. 집에서는 자기 숟가락도 잘 안 놓던 아이가 거기 가서는 물도 따라 드리고 식사도 놔드리고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아이가 음식을 엎지를까 걱정이 되어 배식을 시키지 않으려고 했지만, 우려와 달리 아들은 주어진 일들을 능숙히 해냈다. 조심스레 식사를 놔드리고 물을 따라 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봉사활동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용 아나운서가 부모님을 보면서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배웠듯, 자녀들 역시 아버지를 보며 나누는 삶의 가치를 체득해 나갈 터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방송을 진행해오며 수많은 사람을 만난 그는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선이라고 말한다. 대화를 할 때 서로의 눈을 보고 시선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불안한 시선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또 이 사람하고 얘기하고 있는데 딴 생각하는 것이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런데 우리가 대화할 때만큼이라도 서로의 눈을 제대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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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아나운서는 방송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인생을 배웠다. 그야말로 만나는 사람마다 스승이 아닌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래서 그는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부자이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진 것이 없으면서도 자신을 과시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정말 그의 말처럼 우리는 각각 다른 사람들이며, 서로에게 무엇을 배울 것이냐는 자신의 선택일 테다.



잊지 못할 프로그램

진행해왔던 수많은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아주 특별한 아침>과 <불만제로>.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아주 특별한 아침>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아침 방송을 책임졌던 프로그램으로 주부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소개했다. <불만제로>는 방송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감시하고 고발하여 사회적으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한편 그가 다시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꼽은 것은 <심야 토크쇼 고백>이다.


“<고백>이라는 제목의 심야 토크쇼가 있었어요. 출연자 자신이 평생을 살면서 누군가에게 고백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방송에 나와서 하는 거죠. 1년을 못하고 끝내긴 했는데, 지금 나에게 다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고백>을 얘기할 거예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후회와 회한이 있잖아요. 굉장히 미안했던 일을 고백하는 거예요. 제가 진행했던 프로그램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한 프로그램이었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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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직업군의 인물들이 프로그램에 나와 고백대에 섰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께 국회의원에 떨어졌음을 고백하고, 먼저 떠난 아내에게 당신의 죽음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얘기한다.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 용기 있는 사과를 해냈을 때, 시청자들이 받게 되는 위로와 감동이 클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다시 하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고백>을 꼽은 이유에 납득이 간다.



기부 습관 만드는 법

요즘 그가 자녀들에게 자주 하는 얘기는 “절대로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착한 사람이 손해 보는 세상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짧게 보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인생을 길게 보면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더 잘 된다는 의미다. 


“저는 아이들에게 그 얘기는 해요. 더불어 살되 너를 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딪혀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요. 더불어 함께 산다고 해서 모든 걸 참으라는 얘기는 아니니까요. 만약 반에 나쁜 친구가 있으면 고치게 해야 해요. 나쁜 행동을 한 아이를 개선하는 일 또한 건강한 사회로 가는 중요한 길이 될 테니까요.”


또한 부당한 일을 당하는 친구가 있다면 도우라고 이야기한다. 힘을 합쳐서 도와주고, 그래도 안 되면 주변의 어른들에게 얘기해서 고쳐나가는 지혜와 힘을 갖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재용 아나운서는 혼자서는 절대 세상을 바꿀 수 없기에, 더불어 함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녀가 기부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특별한 저금통을 쓰도록 한다. 세 칸으로 나뉜 저금통인데, 첫 번째 칸은 즉시 쓸 돈, 두 번째 칸은 목돈으로 만들 돈, 세 번째 칸은 기부할 돈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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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른들도 이렇게 기부할 돈을 조금씩 모으는 것이 좋겠다 싶어요. 칸이 나뉘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기부 습관이 만들어 지더라구요. 학교에서 가끔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가지고 오라고 하면, 저희 아이는 그 저금통 기부 칸에 모아둔 돈을 가지고 가요. 제가 따로 돈을 줄 필요가 없죠.”


친척들을 만날 때 받는 용돈, 심부름하면 받는 용돈 등을 모아 아들은 스스로 저금통을 관리한다. 모인 돈을 나누어 관리하며 경제 습관을 기르고,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생각한다. 나를 위한 일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한 일에 돈을 쓰는 것 역시 가치 있는 일임을 배우고 실천한다. 어른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이야기이다.



자녀는 나의 멘토

이재용 아나운서는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두 명의 사람을 거울로 삼아보길 추천했다. 하나는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멘토이고, 다른 하나는 ‘저 사람처럼 되지는 말아야겠다’고 반면교사로 삼을 대상이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과 절대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을 정해두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멘토처럼 살려고 노력하지, 절대로 반면교사로 삼은 사람처럼 살게 되진 않거든요. 만약 바라던 모습이 되지 못하더라도, 나쁜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반면교사는 그래서 필요한 거죠.”


하지만 멘토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주변에 좋은 어른, 좋은 이웃, 좋은 인연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재용 아나운서는 멘토를 아주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도록 제시했다. 예컨대 나의 부모, 친구, 배우자 등이 멘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멘토는 살아가면서 바뀔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한 사람을 정해두고 멘토로 고집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새로운 멘토를 찾아볼 것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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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부모가 내 멘토였는데, 자녀를 낳으니 자식이 내 멘토더라구요. 저 아이한테 우스운 아빠가 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 살 거든요. 우리가 아이한테 더 멋진 엄마, 더 멋진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잖아요. 그래서 지금 제 멘토는 초등학교 4학년 막내아들이에요.”


끝으로 그는 <세상을 여는 틈> 구독자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 사회가 정서적으로 메마르고 각박해도,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다. 주변의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을 발견하고 함께 사는 세상임을 잊지 말자고 전하였다.


새해를 앞둔 연말에는 늘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이재용 아나운서를 만나보니, 어렴풋이 그 답을 알 것 같다. 더불어 살아갈 것, 함께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것,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베푸는 사랑을 잊지 않을 것. 이 겨울 그가 전해온 온기 가득한 메시지다.



기획 : 김주현, 남궁소담 

                                                    사진 : 홍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