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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자신의 몸으로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경험이다. 그만큼 여행은 휴식을 주기도 하고, 삶을 지속해 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여행에 대한 욕구는 몇 년간 억눌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처음 맞이하는 여름 휴가철인 만큼 여행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관광 접근성이 열악한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에게 여행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렇다면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즐겁게 여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까?
무장애 관광이 활성화되고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항들이 교차한다. 그중에 접근성과 관련된 문제를 풀어야만 일시적이고 시혜적인 관광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무장애 관광의 접근성은 물리적 접근성, 정보 접근성, 서비스 접근성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되며, 그래야만 정서적 접근성으로 한 단계 높아진다.
무장애 관광(accessible tourism)이란?
장애인과 고령자, 영유아 가족 등 모든 관광객이 이동의 불편 및 관광 활동의 제약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장애물 없는 관광을 의미합니다.
장애인이 관광산업에 생산자와 소비자로서 역할을 균형 있게 유지하려면 권리 중심의 인식개선과 제도의 안착이 병행되어야 한다. 관광산업의 생산자로서 종사해야 당사자 관점에서 맞춤형 상품의 고도화가 가능하며, 그래야 소비자로서 평등하게 대우받는다.
1. 여행의 시작은 이동
삶에 있어 이동은 사회활동의 시작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이동해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고, 관광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대중교통 중 KTX, ITX-새마을, 무궁화호 등에는 전동휠체어 2좌석, 수동휠체어 3좌석뿐이어서 소그룹이 함께 열차를 이용해서 여행하기란 불편하고 일행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여행의 사슬이 끊어진다.
게다가 KTX 산천과 이음의 경우, 휠체어 좌석을 일반칸에 배정하고 전동휠체어 좌석에는 짐칸이나 입석 좌석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에 전동휠체어 사용 승객, 입석 승객이 자리에 대한 각자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불화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고속열차처럼 전동휠체어 좌석을 최대 6좌석까지 늘리고, 바닥 면에 휠체어 주차 그림을 그려 전동휠체어 좌석은 입석과 짐칸이 아닌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① 저상 시티투어(리프트)버스
시티투어버스는 여행지 간의 이동을 가장 빠르고 안전하고 편리하게는 하는 이동 수단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70곳 이상이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국 300여 개의 관광코스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저상시티투어버스가 운행되는 곳은 서울, 인천, 대구, 부산, 제주 등으로 한정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그렇기에 저상시티투어버스 확대는 여행의 사슬을 잇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② 특별교통수단 다인승 도입
다인승 차량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 소그룹이 여행할 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서 다인승 차량을 운행하는 곳이 너무 한정적이라 1인승 차량만 이용해야 하고, 차량 연결도 매끄럽지 못하다. 그렇다 보니 휠체어 탄 장애인 소그룹 여행객이 함께 이동하기란 불가능하여 일행을 기다리느라 여행에 집중하지 못한다.
게다가 최근 다인승 차량을 운행하는 지자체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전동휠체어 4좌석에서 2좌석으로 줄여 이용하게 하고, 이용시간도 09:00~18:00까지로 제한했다.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휠체어 좌석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제약에는 대안도 함께 있어야 한다. 대안으로 휠체어 사용 장애인 3~5명이 탑승 가능한 차량을 운행하고, 이용시간도 관광목적에 맞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2. 여행을 좌우하는 숙박시설
무장애 관광에서 숙박시설 접근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숙박시설 접근성은 여행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객실 내 가구 배치는 휠체어 사용인에게 접근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럼에도 장애인 객실 내 가구 배치는 휠체어 회전공간을 충분히 제공하는 곳이 드물다. 장애인 객실이라는 명칭을 쓰지만, 비장애인과 함께 사용 가능한 객실이다 보니 비장애인 고객 동선에 맞춰 배치한다. 그러므로 장애인 객실이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객실 사용 시 곤란을 겪는다. 또한 객실 내 샤워부스에는 물 튀김 방지를 위한 유리 가림막이 설치되어 휠체어 사용인의 접근을 위협한다. 휠체어를 움직일 때 살짝만 부딪혀도 유리가 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는 기숙사 및 숙박시설에서 장애인 등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조, 바닥의 재질 및 마감 등을 고려하여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샤워실 내 유리문이나 유리 가림막에 대한 기준은 해당 규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숙박시설 측에게 편의시설 설치하거나 관리·보수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이에 대한 제재를 전혀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호텔업 허가 시에는 있던 장애인 객실이 승인되고 나면 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관광진흥법의 관광숙박업자 준수사항에 준공검사 때 장애인 객실 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애인 객실과 관련된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장애인 손님이 객실을 이용하거나, 객실 내 샤워실을 이용할 때의 위험함은 계속될 것이다.
3. 모두가 행복한 여행을 위한 노력
열린관광지 조성사업은 2014년 관광진흥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되었다. 현재까지 132개소의 열린관광지가 조성됐으며, 2019년부터는 권역으로 조성되었다. 이를 통해 무장애 관광에 대한 인식 확대와 접근성 개선이 이루어졌으나, 반면 문제점도 함께 드러났다. 바로 공급자 중심으로 시행되어 소비자인 장애인의 욕구 반영은 미미하는 점이다. 열린관광지 중에 장애인이 원하는 여행지와 동떨어져 관광 매력도가 낮은 곳도 많고, 대중교통 연결이 미비한 곳도 많다. 게다가 일부는 조성 후 관리 미흡으로 열린관광지의 가치도 떨어진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열린관광지 조성사업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고도화된 분업과 협업으로 모든 사람은 서로 기대며 살아간다. 사람이 서로 기대며 살아갈 때 존재감을 확인하고 자존감이 향상된다. 그러나 사람이 기댈 곳이 없을 때는 고립감으로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그동안 장애인의 삶은 사회에 기댈 곳이 빈약했다. 무장애 관광도 마찬가지다. 인식의 오류와 접근성 미비로 기댈 곳 없었던 무장애 관광이었으나, 이젠 인식 변화와 제도의 정비로 조금씩 기댈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과정의 핵심은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장애인도 언제 어디서든, 갑자기 여행을 떠나도 관광산업의 소비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좀 더 촘촘한 제도 정비와 안정된 예산 확보로 무장애 관광의 보편성을 확보해야 한다. 접근 가능한 여행은 평등한 여행이기 때문이다.
◆ 추천 여행지 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주인공처럼 여행할 수 있는 ‘구 곡성역 기차마을’ · 여행 tip - 가는 길 : KTX, 남도해양열차(S-train) 곡성역 하차, 곡성역 인근 500m 전방 - 접근 가능한 식당 : 황금코다리 곡성점(곡성기차마을 앞 400m) - 접근 가능한 화장실 : 곡성 기차마을 화장실 ②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한 여행지 ‘목포’ · 여행 tip - 가는 길 : KTX 목포역 ※ 근대거리는 목포역 근처여서 장애인 콜택시를 타지 않아도 됨 - 접근 가능한 식당 : 꽃피는 산골, 낭만포차신안어촌 - 접근 가능한 화장실 : 목포역, 근대역사거리 행정복지센터, 근대역사1관 화장실 |
글, 사진 : 전윤선(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