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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8

[어쩌다 장애인] 장애인과 세상을 잇는 특별한 동반자 ‘장애인 보조견’

  • 장애인 보조견의 가치를 알리는 이이삭 훈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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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청각장애인이 보조견과 함께 식당을 방문했다가 출입을 거부당하는 일이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발부한 장애인 보조견 표시증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애완견은 출입이 안 된다’는 이유로 끝내 입장하지 못했다. 시각장애인을 돕는 보조견, 즉 안내견은 대중들에게도 친숙하게 받아들여지는 요즘이지만, 청각장애인 보조견, 지체장애인 보조견, 뇌전증장애인 보조견은 아직 낯선 모양이다. 이이삭 훈련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장애인 보조견”이라고 얘기한다.



장애인 보조견의 활약 범위는 무궁무진해


이이삭 훈련사는 올해로 16년째 장애인 보조견을 훈련해왔다.


“장애인을 돕는 보조견이라고 하면 보통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떠올릴 거예요. 하지만 장애인 보조견의 활동 범위는 넓어요. 청각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소리를 듣고 알려주는 보조견, 지체장애인에게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주고 전등의 스위치를 대신 눌러주는 보조견, 뇌전증장애인이 발작을 일으키고 쓰러질 때 충격을 완화하고 기도를 확보해 주는 보조견도 있어요.”


그 밖에도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치료 도우미견 등 장애인 보조견의 활약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활동 분야와 역할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든 장애인 보조견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자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회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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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보조견에게 필요한 사회성이란, 사람과 잘 살아갈 수 있는 자질을 뜻해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죠. 사람의 옆에 가만히 있어 주는 것,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것, 자기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 또한 사회성에 포함돼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장애인과 같이 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에요.”


또한 장애인 보조견은 실외는 물론이고 실내에서 생활할 때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고려하는 것은 털 빠짐의 정도. 털 빠짐이 심한 견종들은 관리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교배를 통해 탄생한 새로운 견종을 활용하기도 한다. 골든 리트리버와 스탠다드 푸들을 교잡한 골든두들이 그것이다. 골든두들은 털 빠짐이 적고 사회성이 좋은 견종이기에 장애인 보조견으로 활동하기에 적합하다. 그 밖에도 가정에서 생활하기 좋은 말티즈, 요크셔 등의 소형·중형견이 보조견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재능 발휘

장애인 보조견은 생후 50일이 되었을 때부터 생후 1년까지, 퍼피워킹(Puppy Walking)을 거친다. 퍼피워킹이란 보조견이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보통 자원봉사자들의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며 사람과 같이 사는 훈련을 한다. 이렇게 퍼피워킹을 마친 개들은 추가적인 훈련을 받게 되는데, 청각장애인 보조견은 3개월에서 6개월, 지체장애인과 시각장애인 보조견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장애 유형에 맞는 훈련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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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장애인 보조견을 마치 장애인을 위해 희생하는 개로 생각하여 불쌍히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보조견은 각자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로 재능을 발휘하는 개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훈련사는 개를 세심히 관찰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파악하며, 그에 맞는 일을 하는 유형의 장애인 보조견으로 양성한다.


“청각장애인 보조견은 소리를 잘 듣고 소리를 잘 받아들이는 개들로 양성해요. 어떤 소리가 났을 때 짖거나 경계하는 개들은 보조견에 적합하지 않죠. 소리가 나면 근원지가 어디인지 궁금해하도록 훈련 시키고,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면서 소리를 더더욱 좋아하게 만들어요.”


일상생활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표적인 소리로 연습한다. 초인종 소리, 경적 소리, 아기 울음소리 등이다. 예를 들어 현관문이 잘 닫히지 않아 알림음이 울린다면, 청각장애인 보조견은 근원지를 왔다 갔다 하며 위험한 상황을 알려준다. 또한, 청각장애인 보조견은 수어도 알아듣는다. 검지 손가락을 흔들며 “어디야”하고 물으면, 소리가 나는 곳의 위치를 안내하는 식이다.


여기서 장애인 개개인에게 필요한 소리는 비슷하지만 저마다 다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초인종 소리를 알려주면 좋겠다’는 요구는 같지만, 각자의 집마다 초인종 소리는 조금씩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소리가 무엇인지 조사하고, 해당 소리를 녹음하여 특별 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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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 보조견은 물고 옮기고 꺼내는 일을 좋아하는 개들로 양성해요. 어렸을 때부터 무는 힘이 좋은 개들이 있어요. 이런 개들의 장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훈련하죠.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건 통제가 되도록 하는 거예요. 지체장애인 보조견들은 무는 힘이 좋으니까 열심히 물고 다니다가도 ‘놔!’라고 말했을 때 바로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하죠. 그게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지체장애인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지체장애인 보조견은 주로 필요한 물건을 물어서 가져다주는 역할을 많이 한다. 바닥에 있는 리모컨을 주워다 준다거나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넣어서 버리고, 불을 켜고, 출입문을 여닫으며 여러 가지 일들을 도와준다.



국내 최초로 뇌전증장애인 보조견 육성해

뇌전증장애인 보조견은 2023년에 훈련을 시작하여 2024년에 첫 분양이 이루어졌다. 외국에서는 뇌전증 장애인을 돕는 개들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뇌전증장애인 보조견을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 정보가 없었고, 이이삭 훈련사는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고 분석하며 훈련 방법을 연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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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지원센터에 요청해서 뇌전증장애인이 발작하는 영상을 보내달라고 했어요. 영상을 보면서 행동을 분석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보조견이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연구했죠. 전반적인 훈련 과정을 새롭게 개발한 것이에요. 뇌전증장애인이 발작을 일으킨 후 쓰러지면, 보조견이 순식간에 가슴 아래로 파고 들어가 충격을 완화 시키고 기도를 확보하도록요. 뇌전증장애인이 다치지 않도록 방지하죠.”


뇌전증장애인은 수면 중에 발작을 하는 경우도 많다. 엎드려 자다가 발작이 일어나는 경우, 기도가 확보되지 않은 채로 숨이 멎을 수도 있다. 이렇게 발작이 일어났을 때 도우미견이 짖어서 주변에 상황을 알리고, 기도를 확보해 주는 등의 역할을 한다면 심리적인 안정감이 생길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발작을 일으키더라도 나를 도와줄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셈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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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농민신문)


“보조견을 분양받은 뇌전증장애인 분이 놀랍게도 이전보다 발작이 줄어들었다고 얘기하셨어요. 발작은 보통 불안이나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압박에서 발생하는데, 보조견이 긴장을 완화해 주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감이 생기면서 발작 횟수도 줄어들었다고요. 뇌전증장애인에게 보조견이 정말 필요한 존재라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이처럼 각각의 장애인 보조견이 자기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비결은 역시 반복 훈련이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 보조견에게 소리를 들려주고, 반응하면 포상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게 훈련하다 보면 나중에는 다양한 소리를 즐기며 반응하게 된다. 장애인 보조견을 어떤 방법으로 훈련을 시키고, 언제쯤 다음 훈련 단계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것은 모두 훈련사의 몫이다.



장애인 보조견 덕분에 사회로 나아갈 수 있어

이이삭 훈련사는 ‘장애인 보조견의 역할은 장애인이 사회로 나갈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 장애를 받아들이고 달라진 생활에 적응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럴 때 보조견이 곁에 있다면 사회와 더 많은 연결점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지체장애인 중에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분들은 보통 병원에서 1년 정도 긴 치료를 받고 집으로 복귀하게 되는데요. 홀로 장애를 마주하는 시간을 보내게 돼요. 어떤 분은 다시 사회로 나오지만, 집 밖에 나올 용기를 갖지 못한 채로 사시는 분도 계세요. 그런데 보조견이 함께 있다면 산책을 위해서든 배변을 위해서든, 어쨌든 외출을 하게 돼요. 밖에 나오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이야기도 나누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에서 함께할 수 있는 일을 도모하게 되죠. 그래서 보조견의 가장 큰 역할은 장애인이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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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의 경우에는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의 보조기기를 통해 소리를 듣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면 청각장애인에게 보조견은 왜 필요한 것일까?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기의 발전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부분은 있지만, 이이삭 훈련사는 자유로움과 안정감 또한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청각장애인 분을 만나 얘기해 보면 밖에서는 보청기를 착용하고 생활하지만, 집에 오면 바로 보청기를 뺀다고 하더라구요. 그 이유를 물어보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 고요함이 가장 평화롭다는 거예요. 하루종일 소리를 듣기 위해 긴장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보조견이 곁에 있으면 놓치는 소리를 대신 듣고 알려주니 긴장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또한 보조견에게 많은 위안을 받는다고도 이야기해요.”


장애인이 겪게 되는 불편함이나 힘든 상황으로 우울감을 느끼게 될 때 보조견이 그 곁을 지키며 생활에 필요한 도움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감과 위로까지 전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주고, 위험에 처했을 때 안전하게 나를 구해주며 언제나 한결같이 곁을 지켜주는 존재, 바로 장애인 보조견이다.



훈련사로 보람을 느끼는 순간

장애인이 보조견을 분양받기 위해서는 면접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조견이 정말로 필요한 사람인지, 개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인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만약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돌아올 때까지 보조견을 집에 홀로 두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분양받기 힘들다.


대부분 누워서 생활하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곁에서 도움을 주고 말동무가 되어주는 보조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 본인이 보조견의 밥을 챙겨 준다거나 배변을 치워주는 등의 관리를 하지 못하다 보니 친밀감 형성이 어려울 때도 있다. 와상장애인보다는 그를 돕는 가족이나 활동 보조인과 관계를 쌓게 되어 분양되었던 도우미견이 다시 돌아오는 사례도 있었다.


이이삭 훈련사는 도우미견을 분양받아 간 장애인 가정에 종종 방문하여 보조견이 잘 지내는지, 훈련한 대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지 살펴본다. 훈련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도우미견이 훈련사보다 장애인의 말을 더 잘 따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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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 방문했을 때 보조견이 저를 반겨주기보다는 장애인 옆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훈련이 잘되었구나 싶어요. 장애인의 눈과 귀와 손이 되어 원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모습을 볼 때면, 내가 하는 일이 정말 보람되고 의미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이렇게 사람과 개의 친밀감이 형성된 가정에 방문해 보면, 장애인 분의 표정이 정말 달라져 있어요. 이전보다 훨씬 밝고 편안한 느낌이죠.”


사실 장애인 보조견을 양성하는 일은 그야말로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보조견의 필요성은 절실하지만 보다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이삭 훈련사는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보조견과 함께 생활하며 삶이 변화한 장애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일도 반납한 채로 오늘도 보조견과 함께 하루를 보낸다. 



장애인과 보조견이 어디든 다닐 수 있도록

장애인 보조견은 장애인과 함께 대중교통, 공공장소, 숙박시설, 식당 등에 동반 출입할 수 있다. 장애인의 눈과 귀이자 손과 발이므로, 어디든지 함께 다닐 수 있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장애인 보조견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장애인 보조견을 대하는 에티켓으로 보통 세 가지 정도를 말씀드리는데요. 첫째 장애인 보조견을 함부로 만지지 말고, 둘째 간식 주지 말고, 셋째 장난치거나 괴롭히지 말라고요. 이 세 가지는 주의사항에 더 가깝죠. 그렇다면 보조견을 대하는 바람직한 모습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냥 ‘무시해 주세요’하고 말해요. 여기서 무시한다는 건 낮추어 보라는 말이 아니라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고 다른 개들과 같이 평범하게 대해달라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식당에 들어갔을 때 많은 사람이 나를 주목하고 신기하게 하며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해 보자. 장애인과 보조견을 환대하는 행동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일을 겪는 당사자에게는 몹시 민망하고 불쾌한 경험이 될 수 있다. 그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적당한 무관심과 적당한 관심으로 장애인 보조견을 바라보면 좋겠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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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보조견이 어떤 장소든 출입할 수 있다는 건 특권을 누리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법에서 보장하는 만큼, 보조견으로서의 활동을 인정해 달라는 의미죠. 특히 청각장애인 보조견의 경우에는 소형견이 많고, 청각장애가 외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비장애인이 반려견을 데려온 것으로 오해받을 때가 많은데요. 장애인이 보조견과 함께 다니며 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장애인 보조견은 단순한 반려동물을 넘어서 장애인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일상의 불편함을 덜어주고, 사회에 한 발짝 더 나아가게 해주며 마음에 위안을 준다. 그러니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동반자이자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일원으로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뽐내며 활약하는 장애인 보조견에게 적당한 관심과 따듯한 시선이 필요하다.


기획 : 김주현, 남궁소담

사진 : 홍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