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내 뜻과는 달리 시도 때도 없이 움직인다면 어떨까? 누구나 당황스럽고 막막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적인 소리와 움직임을 보이는 신경질환인 ‘뚜렛증후군’ 환자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아직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라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상담교사 임초록 씨는 “뚜렛증후군을 가진 사람들도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전체 인구의 1% 이하 발생
1885년 프랑스의 신경과 의사 조르주 질 드 라 뚜렛은 9명의 환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증상을 발견했다. 환자들은 특정 소리를 내거나 몸을 반복적으로 움직였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질병을 정의하였다. 신경과 의사의 이름을 따서 ‘뚜렛증후군’ 또는 ‘뚜렛장애’가 만들어졌다.
뚜렛증후군은 ‘운동 틱’과 ‘음성 틱’이 1년 이상 나타나는 증상이다. ‘운동 틱’이란 갑자기 고개를 뒤로 젖힌다거나 다리를 차고 어깨를 들썩이는 등의 행동을 뜻한다. ‘음성 틱’은 코를 킁킁거린다거나 기침 소리를 내고 때로는 욕설하는 방식으로도 나타난다. 뚜렛증후군 환자들에게는 운동 틱과 음성 틱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데, 동시에 발현될 때도 있고 따로따로 일어나기도 한다. 틱의 증상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반복적이고 조절하기 어렵다. 때문에 뚜렛증후군을 가진 이들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본인도 원해서 한 행동이 아니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임초록 교사는 뚜렛증후군을 ‘틱 플러스 알파의 질환’이라고 설명한다.
“틱이 무엇인지는 대부분 아실거예요. 하지만 뚜렛증후군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뚜렛증후군은 틱 증상과 더불어 동반 장애가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틱 증상에 더해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다거나 강박장애, 우울증, 불안증 등의 장애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뚜렛증후군이 더욱 복합적이고 힘든 질환이라고 얘기해요.”
틱 증상은 보통 학령기 아동에게서 나타난다. 7~15세 사이에 증세가 심해졌다가 성인이 되면서 호전되는 일도 있다. 뚜렛증후군 환자의 30~40%는 20대 초반이 되면 증상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30% 정도는 증상이 있더라도 심하지 않은 정도가 된다. 하지만 이외의 환자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이 지속된다. 뚜렛장애는 전체 인구의 1% 이하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담교사가 된 이유
임초록 교사가 상담교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뚜렛증후군을 더 잘 이해하고 비슷한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된 뚜렛증후군 증상은 성인이 된 현재까지도 임초록 교사의 삶과 함께하고 있다. 상담교사가 되고자 중학교 때부터 심리학과로 진로를 정하고 관련 도서를 읽으며 공부해왔다. 2018년에 임용이 되어 올해로 7년 차 상담교사로 활동 중이다.
“제가 틱 증상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상담센터에도 한동안 다녔어요. 그때 이런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당시에 만났던 상담 선생님이 굉장히 좋은 분이셨거든요. 그분의 영향을 받아 상담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현재는 고등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개인 상담은 물론이고 소규모 집단 상담도 진행해요.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마음 편히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에요.”
상담실에는 각종 보드게임과 인형, 색연필 등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학교 내에서 편안한 공간, 숨통이 트이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상담실을 직접 꾸몄다. 한 번에 상담이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고등학교 3년 내내 상담이 이어지는 장기 상담도 제법 된다. 상담교사로서 가장 뿌듯할 때는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이다.
“장기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변화하는 게 보여요. 친구 관계나 가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힘들어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활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일 때면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함을 느껴요. 저는 아이들이 힘을 기를 수 있기를 바라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부조리한 일이 있더라도 적응하면서 바꿔 나가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상담교사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끔은 학생들을 대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한다. 지금 화를 내는 것은 과연 나의 불안 때문일까, 학생의 미래를 위한 것일까를 고민하며 스스로를 성찰한다. 학생들이 단단하게 성장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공감과 경청뿐만 아니라 직언도 한다. 학생들을 토닥여 주지만 때론 일으켜 세우는 것이 상담교사의 일이다.
미디어 속 뚜렛
임초록 교사는 2021년 공중파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프로그램은 뚜렛증후군을 가진 임초록 상담교사의 일상을 담아냈다. 당시 담당 PD는 중증 뚜렛증후군임에도 안정적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는 임초록 교사의 사연을 방송에 소개하고 싶어했고, 이에 자연스레 응한 것이 시작이었다.
“공익적인 측면에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다큐멘터리에 출연해서 뚜렛증후군을 알리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죠. 또 뚜렛증후군이 널리 알려지면 나도 더 편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방송 출연 이후 길에서 저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주시는 분들도 있었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죠.”
뚜렛증후군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틱장애 조작 논란’을 일으킨 한 유튜버 때문이었다. 2020년 당시 자신을 뚜렛증후군 환자라고 밝혔던 유튜버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올리고 많은 응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그가 틱 증상을 연기한 거였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사회적인 분노를 샀다. 다큐멘터리 ‘아임 뚜렛’은 논란이 되었던 유튜브 채널명과 같은 제목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뚜렛증후군에 새겨진 오해를 이해로 바로잡았다.
“논란이 있었을 때, 저는 그 유튜브를 자세히 보지는 않았어요. 주변 학생들 통해서 얘기는 들었죠. 그분이 뚜렛증후군을 그런 방식으로 소비해 버렸기 때문에 이후에도 장난하듯 틱 증상을 따라 한다거나 틱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 연기를 하는 것 아니냐며 비난하는 일들도 있었죠. 진통을 겪었으니 앞으로는 뚜렛증후군을 제대로 알리는 일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오해로 인한 어려움
뚜렛증후군을 잘 몰라서 생기는 오해와 그로 인한 해프닝도 많다. 뚜렛증후군은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확실한 치료방법이 존재하는 것 또한 아니다. 증상이 호전되었다가도 악화되기를 반복하는데, 어떤 이유로 호전 또는 악화되는지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때로 뚜렛증후군의 원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 때문에 곤란한 일이 생기곤 한다.
“뚜렛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주변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까 그런가 보다’하고 말을 하죠. 상대방은 나의 증상이 호전된 게 기뻐서 하는 말이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렇지가 않아요. 스트레스가 없이 아주 기분이 좋을 때도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또 틱 증상을 참고 견디려고 하면 후에 더 폭발해서 증상이 터져 나오기도 해요.”
틱 증상이 호전된 사람이 자신이 효과를 보았다며 민간요법을 소개하거나 특정 약을 보내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된 해법은 아니다. 증상이 호전되었을 때 마침 그 약을 복용하고 있었던 것일 뿐, 뚜렛증후군을 사라지게 하는 마법의 약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방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약이나 치료법을 권할 때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약이나 치료법을 권유하시는 분들은 사실 좋은 뜻으로 제게 연락해 오신 것이죠. 그런 권유가 달갑지는 않지만, 그분들의 마음은 헤아릴 수 있어요. 그런데 가끔은 정말 위협적인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해요. 틱 증상을 보이면 욕설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또 한 번은 버스 기사님이 차를 세워놓고 누가 자꾸 소리를 내느냐며 화를 내기도 하셨어요. 그럴 때는 참 곤란하고 무섭기도 하죠.”
생활을 도와주는 물건
예상치 못한 순간에 튀어나오는 운동 틱 증상 때문에 뚜렛증후군 환자들은 각각의 필요에 따라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 있다. 갑작스러운 틱 증상으로 물건을 놓치는 경우에 대비해서 핸드폰을 끈에 달아 목에 걸고 다닌다거나, 틱을 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헤드셋을 착용하기도 한다. 운동 틱 증상이 다리 쪽으로 나타났을 때는 의도치 않게 쿵쿵거리게 되고, 이로 인해 층간소음 민원을 받기도 한다. 영화관이나 도서관 등 큰 소리를 내면 안 되는 공간은 이용하기가 어렵다.
“한동안 팔토시를 하고 다녔어요. 팔꿈치 쪽으로 틱이 올 때 책상에 부딪히면 너무 아파서요. 일종의 보호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두껍게 만들어서 착용했죠. 또 복싱선수들이 사용하는 마우스피스를 끼고 다닌 적도 있어요. 갑자기 이를 악 물어서 피가 났거든요. 틱 증상이 나오면 주변 눈치를 보게 되니까 불편할 거라고만 생각을 하고, 아플 거라고는 짐작을 못하더라고요. 운동 틱 증상으로 계속 움직이니까 아프기도 하고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돼요.”
마치 자해처럼 보이는 틱 증상이 나타날 때도 있다. 입을 깨문다거나 목을 심하게 꺾는 경우다. 틱 증상으로 발목에 부상이 생겨 수술을 받는 사례도 있다. 틱 증상이 자주 발현되면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감정적으로도 예민해진다. 오랫동안 틱을 가지고 약을 복용하면 수면의 질도 차츰 떨어진다. 뚜렛증후군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온다는 의미에서 ‘딸꾹질이나 기침과 같은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임초록 교사는 ‘눈을 깜빡이지 않고 있는 고통’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눈을 깜빡일 수 없다면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 틱 증상은 몸을 지치게 하고 다치게 해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언어 발달이나 학습 지연이 일어나기도 하죠. 복합적인 문제들이 뚜렛과 함께 오는 거예요. 저의 경우에는 소근육 발달이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틱 증상이 생긴 시점부터 글씨가 엉망이 되었거든요. 틱 증상이 나아질 때는 글씨도 더 분명하게 쓸 수 있게 돼요.”
장애 인정, 그 이후
2021년 정부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뚜렛증후군을 장애 인정기준에 포함시켰다. 이 덕분에 뚜렛증후군 환자도 장애인복지법이 보장하는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임초록 교사 역시 장애 등록을 신청했다. 뚜렛증후군 환자들에게 장애 등록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장애 등록을 하면서 이것이 나에게 필요한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뚜렛증후군을 가진 분들은 일종의 정체성 혼란이 항상 있는 것 같아요. 틱만 없으면 나는 장애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나는 그냥 나를 받아들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장애 등록을 결심했죠.”
뚜렛증후군이 장애로 인정된 것은 한 발짝 나아간 거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먼저 정신장애 유형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유형을 다시 구분하고, 세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또한 뚜렛증후군은 증상의 정도와 상관없이 대부분 경증 장애로 등록되었을 뿐만 아니라 적합한 복지 서비스를 받는 일도 많지 않다. 가장 시급히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은 청소년기에도 장애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20세 이상이 되어야 장애 등록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사실 가장 힘든 건 청소년기거든요. 틱 장애 증상으로 학교생활을 원만하게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요. 만약 청소년기에 장애를 인정받게 된다면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뚜렛장애을 가진 청소년들이 특수학교 진학이라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장애 등록 기준에 변화가 생겼으면 해요.”
서로를 알고 사랑한다면…
임초록 교사는 세상에 뚜렛 증후군을 알리기 위해 현재 한국뚜렛병협회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협회 활동을 통해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양성과정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뚜렛증후군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며, 뚜렛증후군 환자에게 또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뚜렛증후군 환자들은 틱 증상으로 인해 직업을 구하기 어렵거나 취업이 되었다가도 해고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뚜렛증후군을 알리는 장애인인식개선 강사가 된다면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는 한계를 지어서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외국 사례를 찾아보면 뚜렛증후군이 있지만 의사가 된 사람도 있고, 축구선수나 가수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하지만 뚜렛증후군 환자들이 직업을 갖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분명해요. 운동 틱 증상이 심하면 세밀한 작업을 할 때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겠죠. 또 음성 틱이 심하면 사무실을 같이 쓰는 게 힘들 거예요. 하지만 사회의 배려와 지원이 있다면 한계를 넘어서서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서로가 서로를 알아간다면 사회적 갈등 또한 조금 더 해소될 것이다. 층간소음으로 불만을 토로하다가도 이웃이 뚜렛증후군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소리를 내는 것임을 알게 된다면 조금은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뚜렛증후군 환자들이 위축되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제가 학생들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 있어요. ‘내가 너를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떤 감정이 드는지 느껴진다’라는 말이에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공감할 수 있다는 말이죠. 사실 그 말은 저에게 필요한 말일지도 모르겠어요. 뚜렛증후군이 있으면 아무래도 주변의 시선을 많이 느끼고 눈치를 보면서 살게 돼요. 하지만 그런 것들을 깨고 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주변에서 이해를 넘어선 공감을 해주신다면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사회가 될 거예요.”
우리는 다르거나 모르면 상대방을 오해하지만, 제대로 알아가기 시작하면 이해하고 공감하며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사회에 더 많은 사랑과 온기를 만들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뚜렛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