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재단은 지난 2015년부터 해마다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돕고 다름에 대한 공감을 높이고자 ‘장애인 인식개선 공모전’을 개최해왔다. 지난 ‘2023 장애인 인식개선 공모전’에서는 포토에세이·웹툰·영상·라디오·포스터 총 5개 부문에 걸쳐 공모를 진행했으며, 모두 463건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던 공모전 수상자를 만나 공모전 도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 수다공간 틈 참가자 소개
손장호 (작품명 “장애인이지만”, 영상 부문, 대상 수상)
김수완 (작품명 “구름이의 하루”, 웹툰 부문, 최우수상 수상)
신강수 (작품명 “나는 쟁이입니다”, 포토에세이 부문, 우수상 수상)
나를 소개합니다
손장호
영상 부문에 지원하여 대상을 받은 손장호입니다. 저는 현재 미디어 학부 휴학생이에요. 한 학기만 남겨두고 있는데요. 졸업하기 전에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는 중이에요. 최근 학과 친구들과 웹 시트콤을 만들었고, 곧 공개를 앞두고 있어요.
김수완
웹툰 부문에 지원하여 최우수상을 수상한 만이삼 팀의 김수완입니다. 저는 웹툰 전공을 했고, 친구와 팀을 이뤄 ‘만이삼’이라는 이름으로 출품했어요. 현재는 미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새로운 웹툰 작품을 준비 중이에요.
(신강수, 포토에세이 우수상 수상)
신강수
포토에세이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신강수입니다. 본업은 연극인이자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예요. 연극하며 무대에 서기도 하고 대본 작업도 해요. 또 강사로도 활동하며 많은 사람에게 장애인 인식개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시상식 날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이야기 나눌 기회는 없었잖아요. 분야가 서로 다르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늘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기대가 돼요.
공모전 취지에 공감하다
김수완
공모전에 도전하신 이유가 각자 다를 것 같아요. 우선, 저는 팀으로 참가하게 되었는데요. 만이삼 팀 멤버였던 친구가 평소 공모전에 관심이 많아서 열심히 찾아보고 알려주곤 했어요. 그중에서도 장애인 인식개선 공모전은 저도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주제이고,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참가하게 되었죠. 친구가 글을 쓰고 저는 그림을 그려서 한 팀으로 지원했어요.
(김수완, 최우수상 수상)
손장호
저 역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공모전이라고 생각해서 참가해 보고 싶었어요. 최근 광고 분야에 관심이 생겨 해당하는 공모전을 찾아보던 중에 장애인 인식개선 공모전을 발견했거든요. 모집 공고를 봤을 때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그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발전시켜 볼 기회가 될 것 같았어요.
신강수
이번 공모전은 특히 저와 관련된, 장애에 관한 이야기라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본업이 연극배우이다 보니 공연이 없을 때는 공모전을 검색해 보는 편인데요. 장애인 당사자이자,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는 저에게 딱 맞는 주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글쓰기라서 포토에세이 부문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아이디어의 비결은 ‘새롭게 바라보기’
손장호
공모전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작품의 아이디어를 금방 떠올린 편이에요. 공모전 주제를 설명하는 글에 “장애를 시련이나 극복할 문제, 시혜적으로 바라보는 콘텐츠 지양”이라고 적힌 것을 보았어요. 저는 그 문장에서 영감을 얻었죠. 그동안 만들어졌던 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들을 떠올려 보면, “장애인이지만 ○○○을 할 수 있어요”라고 접근하는 표현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러한 표현 속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담겨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장애인이지만”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장애인이고”로 바꿔보자는 데서 출발했어요.
신강수
저는 포토에세이 부문이기 때문에 사진과 그에 어울리는 글이 모두 필요했어요. 그래서 제가 출연했던 작품 중 한 장면을 골랐습니다. 그 사진을 보면, 자연스럽게 ‘쟁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쟁이’는 사람들이 저신장 장애인인 저를 놀릴 때 쓰는 말 ‘난쟁이’를 떠올리게 하죠. 키 작은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단어이지만, ‘쟁이’라는 말 자체는 그보다 훨씬 폭넓은 속성을 가진 단어거든요. 연기쟁이, 글쟁이처럼요. 그래서 배우로서 무대 위에 오른 사진과 ‘쟁이’라는 단어를 연결하여 작성하게 되었어요.
김수완
저희 팀은 어떤 소재를 다룰까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어요. 처음에는 남들이 하지 않은 걸 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있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걸 찾아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어요. 그때 떠올랐던 것이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이었죠. 공모전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안내견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 에티켓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저희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 보기 위해 안내견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작품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최우수상 수상작, ‘구름이의 하루’)
예상외의 어려움에 부딪히다
김수완
저의 경우에는 팀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시너지가 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도 필요했어요. 친구가 글에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했죠. 어떻게 하면 정보 전달을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끊임없이 수정하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웠어요.
신강수
저는 어려웠던 점이라기보다는 공들인 부분이라고 얘기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글을 써놓고 다듬는 과정을 계속 거쳤어요. 제가 처해 있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글이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써놓고 지하철에서도 읽어보고, 카페에서도 들여다봤죠. 아침에 읽을 때와 저녁에 읽을 때,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스스로 확인해 보면서요. 글을 쓴 시간보다 다듬는 시간이 더 길었어요.
손장호
영상 촬영을 했던 날이 한여름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무엇보다도 더위가 가장 힘들었어요. 혼자서 카메라, 삼각대, 붐 마이크를 짊어지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촬영했으니까요. 또 영상 속에 여러 사람의 모습을 담아내는 콘셉트이다 보니 한 분 한 분 찾아가서 촬영해야 했어요. 섭외는 주변 분들이 도와주셔서 힘들지 않았지만, 오히려 무더위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어요.
절대 놓칠 수 없었던 것
신강수
작품을 만들면서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솔직하게 쓴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제가 ‘장애인입니다’ 혹은 ‘난쟁이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저는 분위기가 밝았으면 좋겠는데 애매한 순간들이 연출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나를 포장해서 말해야 하나를 고민했던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솔직해지고 싶었어요. 에세이도 그 연장선 상에서 쓰고 싶었죠.
(포토에세이 부문 우수상, ‘나는 쟁이입니다’)
손장호
선명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처음에 생각했던 콘셉트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또 영상을 만들 때 대부분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는 메시지를 먼저 정했어요.
김수완
제가 만든 웹툰이 오히려 편견과 고정관념을 심어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료조사를 철저하게 했어요. 미디어에서, 그중에서도 웹툰에서 시각장애인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안광이 없는 눈동자’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그런 표현은 최대한 지양하고 싶었어요.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들
손장호
“장애인이지만”을 “장애인이고”로 바꾸는 콘셉트는 정해졌는데, 그 뒤에 어떤 말을 붙이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장애인이고”라는 말 뒤에 직업을 적어보기도 했죠. 그때 동아리 선배가 직업 위주로만 표현하면 메시지가 흐려지는 것 같다고 조언해 줘서 “장애인이고 행복합니다” “장애인이고 슬픕니다”와 같이 감정 위주의 표현을 넣게 되었어요. 덕분에 공감을 주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신강수
인생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저를 도와주었다고 생각해요. 제 무대를 보러와 주신 관객분들부터 때론 저를 차별했던 사람들까지요. 수많은 사람을 만났기에 저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여 소개하게 되었고, “나는 쟁이입니다”라는 하나의 문장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김수완
작품을 제출하기 전에 특수교사인 친구에게 작품을 보여주었어요. 혹시 제 작품이 의도치 않게 편견을 심어주거나 상처를 주는 메시지를 전달할까 봐서요. 그런데 그 친구가 괜찮은 작품이라고 얘기해주고, 또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자료로 보여주고 싶다고 얘기해줘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름에 대한 공감을 높이기 위해
신강수
저는 장애인 당사자이다 보니 매 순간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또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학생들을 직접 만나 보면, 장애인에 대해 모르는 점이 참 많더라고요. 하지만 강의가 끝나고 나면 학생들이 장애인을 받아들이는 게 좀 달라지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교육을 받고 장애 감수성을 높일 수 있다면 좋겠어요.
손장호
교환학생으로 캐나다에 다녀왔는데, 거기서는 대중교통에서 장애인을 자주 만날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왜 자주 마주치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접근성 차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장애인이 어려움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끔 편의시설과 인식이 잘 갖춰진 거죠.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김수완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차별하는 건 나쁘다고 편견을 갖지 말라고 얘기하지만, 사람들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선을 그어요. 그래서 저는 그 선을 무너뜨리는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작품들이 나오면,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테니까요.
신강수
맞아요. 문화예술 분야를 살펴보면, 최근 배리어프리 연극을 제작하고 접근성 매니저가 생기는 등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 연극도 만들어지는 추세거든요. 하지만 아직 배리어프리 콘텐츠가 많지는 않아서 앞으로 더 많이 제작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올해의 도전자들에게 전하는 꿀팁!
신강수
올해는 포토에세이 부문이 에세이 부문으로 변경된다고 들었는데요. 에세이를 쓸 때 제가 중점을 둔 게 있다면, 바로 첫 문장과 끝 문장을 임팩트 있게 쓰자는 것이었어요. 첫 문장에 임팩트가 있으면 계속 읽어보고 싶잖아요. 또 마지막 문장에 임팩트를 주면 감동과 여운이 남을 거예요. 그래서 처음과 끝을 신경 쓰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손장호
저는 공모전 주제를 읽다가 영감을 얻은 만큼, 모집 요강을 꼼꼼히 읽고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사람들이 당연하게 지나쳤던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메시지를 전한다면, 공감과 여운을 주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저와 같은 영상 부문에 지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음향에 신경 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만약 제가 붐 마이크를 쓰지 않았다면, 영상의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거예요. 소리에 공을 들이면, 영상의 퀄리티가 더욱 높아질 거예요.
김수완
특별하고 새로운 걸 하는 것도 좋지만,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찾는 방법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것이 중요해요.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이니까요. 또 웹툰 부문에 지원하신다면, 중요한 메시지를 담은 장면은 더욱 집중해서 퀄리티를 끌어올려 보시길 추천해요.
‘다름이 힘이 되는 세상’을 향한 손장호, 김수완, 신강수 씨의 이야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선사해 주었다. 앞으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장애인 인식개선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일, 타인의 입장에 공감하는 일,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무는 일이 될 테니까 말이다. “2024 장애인 인식개선 공모전”은 오는 8월 16일까지 작품을 접수받는다. 많은 이들이 장애 인식개선을 주제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장애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을 열어주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