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아래) 전지혜 교수 (오른쪽 아래) 김예원 변호사
우리나라 복지시스템 아래서는 국가가 인정하는 장애인으로 등록돼야 복지정책 혜택을 받을 길이 열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4월부터 투렛증후군, CRPS, 기면증, 백반증 등 10개 질환에 대해서도 추가로 장애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장애 인정기준을 마련하기는 했으나 새로운 장애에 대한 이해 없이 기존 판단 체계를 형식적으로 적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준이 장애인의 현실적 어려움을 반영하지 못해 등록률도 저조한 실정이다. 이에 장애인정 사례자, 장애인정 소송에 참여했던 변호사, 장애범주 연구자 등 각계 인사들이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장애 인정기준의 문제는 무엇이며 향후 개선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화상으로 진행된 대담은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전지혜 교수의 사회로 이루어졌다.
수다공간 틈 참가자 소개
전지혜 위원(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자)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조윤화 박사(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자립지원연구팀)
백병규 님(척수장애인)
장애 인정기준 완화의 배경과 주요 내용
전지혜 교수
2021년 4월에 보건복지부가 장애 인정기준을 완화했지요, 완화하게 된 배경과 주요 내용에 대해 우선, 장애범주 연구자이신 조윤화 박사님께서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조윤화 박사
네, 장애 기준 완화는 장애인복지법의 구조적인 문제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가 있더라도 15개 장애유형에 해당되지 않는 장애인들은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해당 유형 밖의 장애인들이 ‘나도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인데 왜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느냐’라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습니다.
이런 것들이 발현된 대표적인 사례가 투렛증후군입니다. 2015년에 투렛증 후군도 장애로 인정해 달라는 행정소송이 있었습니다. 당시 복지부에서는 15개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으나 다시 항소해 2019년에 대법원이 유사한 장애유형으로 장애판정 조치를 하라고 확정판결을 내림에 따라 복지부가 ‘정신장애’로 등록하는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그 후 제21대 국정감사에서 CRPS(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등을 장애유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복지부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 2021년 4월부터 장애인복지법이 확대되고 신설됐다고 배경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장애인복지법이었어요. 15개 장애유형이 아니더라도 일반 서비스를 통해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으면 상관이 없지만, 문제는 그들의 욕구를 포괄해 주는 서비스가 없다는 겁니다. 결국 행정소송과 항소로 이어지면서 장애기준 완화 및 확대가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전지혜 교수
네 설명 감사합니다. 투렛증후군을 가진 분도 대법원 항소까지 가서야 장애등록을 할 수 있었는데요. 그 과정이 녹록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만약 장애등록을 거부당했을 때 행정소송이나 항소를 하는 절차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이 부분은 김예원 변호사님께서 답변이 가능하실 것 같습니다.
김예원 변호사
일반적인 절차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장애등록을 원하는 경우 주민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주민센터에 가지 않더라도 요즘은 병원에서도 바로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신청 서류를 취합해 국민연금공단으로 보내면 심사위원들이 장애등록 여부, 중증 및 경증 등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때 신청자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통보받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장애등록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증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는데 경증으로 통보받아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복지 서비스나 지원 사업마다 자격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내가 이 정도 장애등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입증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 때문에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오기도 합니다.
결과에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통지를 받고 90일 이내에 국민연금공단을 대상으로 행정심판을 낼 수 있고 ‘나는 이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니 바로 소송으로 가겠다’고 하는 경우에는 처음 부터 행정소송을 할 수도 있습니다. 행정소송은 변호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라 개인이 혼자 하기에는 부담이 따릅니다. 민사소송이나 가사소송보다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대체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다투는데, 제가 경험한 사례에 따르면 6등급을 받으셨던 시 각장애인이 2급장애인으로 조정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기준 자체가 부족한 점이 많아서 이런 문제를 선결하지 않으면 행정심판을 청 구하거나 소송으로 다투는 행위도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행정소송 절차와 비용
전지혜 교수
행정심판의 경우 어디로 문의를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예원 변호사
장애인 등급 통지서에 불복 시 이의신청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전지혜 교수
장애등록 행정소송을 할 경우 변호사를 반드시 선임하도록 되어 있나요?
김예원 변호사
반드시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만 비법률가가 혼자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서 대체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지혜 교수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비용이나 기간은 어느 정도 예상해야 하나요?
김예원 변호사
비용이나 기간은 사안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저의 경우 무료 법률 지원을 하고 있어 비용을 따져가며 사건을 진행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대체적으로 최소한 550만 원 정도는 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간 역시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특히 2월에는 법원 인사이동이 있어서 한 달 가량 기일이 공전되고 담당 판사가 바뀌면 시간이 더 걸립니다. 이런 변수들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3개월은 걸립니다. 통상 6~8개월 정도 걸리지만 1 심만 2년째 진행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전지혜 교수
앞서 소개된 투렛증후군 환자의 경우 등록을 거부당한 후 행정 심판을 거쳐 행정소송에서 대법원 판결을 받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김예원 변호사
행정소송의 경우 1심에서는 졌지만 2016년에 2심인 고등법원 에서 판결이 뒤집히면서 원고의 편을 들어줬어요. 당시 2심 판결이 사회적으로 상당히 큰 이슈여서 3심까지 갔을 때 과연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는데 결국 2심 판결에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2016년 2심 판결 후 2019년 3심이 확정되었으니 무려 3년이나 걸린 셈입니다.
전지혜 교수
투렛증후군이 정신장애 영역으로 포함되면서 유사한 증상을 가진 장애인들의 등록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조윤화 연구원님, 연구 과정에서 10개 질환의 환자들을 만나 사례를 직접 들었을 텐데 개정사항에는 어떻게 반영되었습니까?
장애인정 세부 기준, 현실 반영 아쉬워
조윤화 박사
지난 3년간 장애범주 확대를 위한 연구를 했지만 그들의 어려움이 실제 장애정도의 판단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CRPS 환자에게 가장 큰 고통은 통증이지만 장애 기준에서는 배제됐기 때문에 통증 자체로는 장애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현재 CRPS 장애는 근위 축이나 관절구축 여부로만 판단하고 있습니다. 신체적 변형 여부만으로 판단 한다는 거죠.
투렛증후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인터뷰한 분들도 이미 청소년기에 발병하여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좋다는 약은 다 써봤지만 부작용으로 더 이상의 치료를 포기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장애 인정 세부 기준에 따르면 ‘2년 이상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장애등록을 하려면 부작용을 감수하고 다시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거죠.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연구 결과를 반영해 환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보다는 우선 범위를 확대해 놓고 가능한 한 비슷한 유형에 끼워 맞추기를 했다고 평가 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등록 신청을 해도 탈락되는 경우가 많고 등록률도 저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지혜 교수
저도 너무나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언론에도 ‘투렛증후군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막상 장애인 신청을 했더니 거부가 됐다’라는 취지의 보도가 많았습니다. 저도 장애진단 현행 기준을 찾아봤는데 장애의 고착성, 장애의 지속성을 따지도록 되어있더군요. 김예원 변호사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예원 변호사
지체장애유형에 CRPS가 새로 추가됐는데 마침 제 의뢰인 중 에 CRPS 장애 신청을 한 분이 계셨어요. CRPS를 실제로 입증하기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제 의뢰인의 경우 CRPS 발생 부위가 의학적으로 55%나 기능상실 이었지만 장애를 인정받기 위한 과정이 너무나 지난했습니다. ‘CRPS 진단 후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충분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세부 기준 때문입니다. 이 미 정신장애로 인정되는 조울증이나 조현병의 경우 1년이 기준인데 새로 추가 된 질환은 대부분 2년으로 늘어났어요. 아마도 시행 초기에 갑자기 너무 많이 신청할 경우 예산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렇게 기간을 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조윤화 박사님의 말씀처럼 이미 고통을 겪을 대로 겪은 후 치료를 포기하신 분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기준입니다. 신청하지 말라는 얘기랑 같아요.
전지혜 교수
조윤화 박사님, 장애유형별 개정사항에 포함된 10개 질환에 해당 하는 분들의 신규 등록률이 어느 정도인지 통계가 나왔나요?
조윤화 박사
2021년 7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 7월까지 인정된 장애인 수는 294명으로 당초 복지부의 10가지 질환 장애등록 예상 수인 약 1만 명의 2.5%에 불과했습니다.
세부적인 규정 자체도 이유가 있지만 장애 정도를 판단하는 심사위원들을 설득 해야 하는 문제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복지부 담당자들도 ‘다 등록시키고 싶지만 심사위원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합니다. 장애인 즉 수요자 입장을 고려하기보다는 이들이 장애인으로 등록된 이후의 파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의료진 간의 전문영역 다툼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통증의학과에서는 통증 자 체를 어떻게 장애로 볼 수 있느냐고 합니다.
장애등록 해도 니즈와 서비스 매칭 부족
전지혜 교수
실제로 장애 신청을 해본 백병규 선생님의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장애등록 시 제외되었던 사례나 신청하고도 원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했던 경우 가 있었나요?
백병규 씨
네, 저는 3년 전 경추를 다쳐서 병원에서 1년 2개월 정도 치료받은 후 지난해 9월에 퇴원해 통근 치료 중입니다. 현재 척추장애 그리고 가벼운 상지 장애, 가벼운 하지장애로 장애판정을 받았습니다. 척추를 다쳐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보행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장애인 콜택시나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바우처 택시를 전혀 이용할 수 없습니다. 병원을 오갈 때 유 일한 교통수단은 택시뿐이라 병원비보다 교통비가 훨씬 더 많이 듭니다.
단순히 보행 가능성만으로 장애 등급을 매기다 보니 현실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통증 서비스가 절실합니다. 척수장애인의 경우 하루도 편하게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통증은 장애기준에서 빠져있는 것도 아쉽습니다. 장애인들에게 ‘운동 열심히 하라’고 하잖아요. 사실 장애인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지만 운동으 로 통증의 고통을 이겨낼 수는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병원 치료나 재활 부문에서도 신체 상태에 대한 종합적인 의료적 조언을 받기도 어려워요. 예를 들어 배뇨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척수장애인들이 자가 도뇨 카테터 사용 시 요양급여 혜택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혀 몰랐던 사실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척수장애인들이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어떤 경로를 통해서도 이런 제도가 있으니 신고하라거나 신청을 해보라는 안내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정부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지혜 교수
백병규 선생님의 말씀을 정리하자면, 첫째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도 니즈와 서비스가 제대로 매칭되지 않는다는 점, 둘째 장애인 등록 기준이 완 화되어도 여러 가지 의료적 기준으로 인해 등록할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한번 더 본인의 사례로 짚어주셨습니다. 세 번째로는 안내가 제 대로 되지 않아 서비스 기회를 놓치는 사례도 있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장애범주 확대는 장애인 등록을 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막상 등록이 필요한 사람은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조윤화 박사님, 좀더 구 체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조윤화 박사
안면장애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가 아니면 장애인 등록이 힘듭니다. 우리 사무실에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 화상 장애를 가진 분이 계시는데 땀샘이 막혀 온도 조절이 어려워 고통받고 있지만 장애등록을 할 수 없습니다. 화상의 경우 안면화상만 장애등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장애등록이 되는 질환과 안되는 질환을 나누어 놓으면 너도나도 장애등록을 해달라는 행정소송이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장애인 등록을 할 때는 특정 질환으로 범주를 정해놓기보다는 모든 질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기존 15개 범주 탈피해 장애인 범주 넓혀야
전지혜 교수
백병규 선생님의 사례처럼 필요 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으려면 앞으로 어떤 점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예원 변호사
앞으로 새로운 정부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공통적으로 ‘욕구 중심의 복지 서비스’를 말합니다. 욕구 파악 대상자 자체를 법에서 ‘범주’로 묶어놨잖아요. 결국 이 범주에 들어온 사람들의 욕구만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이 어떻게든 이 범주 안에 들어가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2019년의 투렛장애 대법원 판결이 그해 10대 판결에 들어갈 만큼 굉장히 화제가 되었지만 작년 4월에 등록 완화가 될 때까지 투렛장애를 가진 분들이 한 명도 장애등록을 하지 못했습니다.
‘구체적인 규범통제’라고 해서 해당 사안에 대해서만 위법을 다투는 것이 사법의 한계입니다. 관계 당국에서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작년 4월에야 고시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고시 변경의 취지는 범주의 외연을 확대하자는 것이었습니다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그런 취지를 살리기에는 내용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 많은 분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세계적인 추세와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해서 기존의 15개 범주 에서만 진행되던 관성을 빨리 깨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지혜 교수
김예원 변호사님도 장애인 범주를 넓혀가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김예원 변호사
네. 어쩔 수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그 이상을 상상하지 못하니까 적어도 넓힐 때 제대로 넓히자는 취지입니다.
전지혜 교수
조윤화 박사님에게도 의견을 물어보고 싶어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차별금지법에서 정하는 장애범주와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하는 장애범주 를 구분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8월에 복지부에서 장애인권리보 장법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만들어지면 권리보장법에서는 아주 폭넓은 사회적 개념을 적용한 장애 개념을 쓰고 아주 폭넓은 장애인 복지법은 현재의 의료적 기준을 보완하고 범주를 넓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두 개의 투트랙으 로 장애인 범주의 법적 개념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차별 이슈랑 내가 복지수급을 받는 문제는 약간 달라서 현재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윤화 박사
가장 일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저는 범주의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진영에 있습니다. 인정 질환의 확대와 장애인 유형의 확대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제3의 장애유형을 만들 것이냐도 합의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예를 들어 척수질환에 대해 척수장애라는 유형을 만들어 지체장애와 분리시키는 것처럼 제3의 유형들이 아주 많이 나오겠지요. 그렇게 되면 특성에 맞는 영역에서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전지혜 교수 장애유형별로 협회가 너무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기득권층으로 자리잡고 있어 15개 유형으로만 구분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조윤화 박사
장애인복지법에 들어가지 못하는 분들은 서비스에서 탈락되고 있습니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부분에서는 인정질환을 확대하는 것을 반대하고 범주의 확대 유용성에 대해서도 아직은 유보적인 입장입니다. 지금처럼 단계적으로 장애유형에 끼워 맞추다 보니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유사질환에 끼워 맞추다 보니 그 특성에 맞는 기준을 만들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면증의 경우 신경계 질환이지 정신장애가 아닙니다. 기면증 장애를 정신장애범주에 넣고 기면증 장애의 어려움을 해결해준다는 것이 기면증 환자의 입장에선 이해가 안가는 것입니다.
끼워 맞추기는 더 이상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에이즈 환자의 경우도 장애인 복지를 받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거죠. 피부질환은 최악의 경우 신경계 구축 등 손가락 절단이라 외형변형으로 지체 판정을 받는데 정말 심각한 경우에만 해당 됩니다. 인정질환의 확대도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서비스에서 영역을 풀어주 어야 하는데 이때 또 장애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전지혜 교수
예를 들어 활동지원서비스, 장애인 연금서비스 등 각각 개별제도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도 화두가 될 수 있겠군요.
조윤화 박사
장애인연금에서 어느 정도의 판단을 하지 않게끔 사정 체계로 가는 것은 맞을 것 같습니다. 사정 체계가 있고 사정 체계들 간의 소통이 잘 되어야 합니 다. 심사할 때 심사기준이 서로 연동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체 인 정이 하루빨리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지혜 교수
다양한 고민거리를 안겨주시는 것 같습니다. 백병규 선생님도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백병규 씨
조윤화 선생님이 의미있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저도 다치고 보니까 장애가 처음에 이른바 손발을 제대로 못 쓰는 사람부터 분절적으로 시작했구나 생각이 듭니다. 척수장애의 경우에는 척수를 다칠 경우 일단 지체, 상지, 하지 등으로 분절적으로 보잖아요. 앞으로는 척수장애로 인한 장애를 전체적으로 보는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서비스도 제대로 될 테고 무엇보다 병원에서의 접근과 치료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애정도를 심사하는 과정에서도 역시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인간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장애범주나 장애 서비스, 치료 방법에 대해 함께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신설된 ‘예외적 장애인정 심사’도 15개 유형에만 적용
조윤화 박사
좀 더 추가하고 싶은 의견이 있는데요, 2021년 4월 장애 인정 범위가 확대되기도 하고 신설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 예외적 장애인정 심사라는 새 로운 인정 심사절차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실체가 불분 명해요. HIV 환자가 이것을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애인정 심사절차에 내가 이런 어려움과 장애가 있고 15개 장애유형에서는 벗어났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를 해서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솔직히 저는 예외적 장애인정 심사가 15개 장애유형이 아닌 것을 판단하는 절차인 줄 알았어요.
전지혜 교수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보도자료에도 지속적으로 장애에서 예외된 분들이 나도 장애에 대해 심사받고 싶다고 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거든요.
조윤화 박사
예외적 심사가 있다고 했기 때문에 신문고에도 올렸는데 답변이 어떻게 왔느냐 하면 15개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예외적 장애인정 심사에서 할 수 없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전지혜 교수
이름이 예외적 장애인정 심사인데 15개 유형에 해당이 되어야 예외적 장애 심사 대상이 된다는 말이군요.
조윤화 박사
그래서 좀 더 구체적으로 복지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단계적으로 시행할 때 이 심사절차가 확대되고 활 성화될 필요가 있고 15개 장애유형이 아니라 건강장애 등과 같이 뭉뚱그려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지혜 교수
추가적 의견까지 주셔서 논의가 좀 더 풍성해질 수 있었습니다. 오늘 참석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